후두둑후두둑
토요일 오전. 딱히 일정은 없다. 후두둑후두둑 아침부터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는 지칠 기색이 보이지 않았지만, 네덜란드에서 이 정도 비는 뭐. 우산없이, 우비없이 자전거 타고 산책할만한 수준이다. 나와 룸메이트 둘은 오늘 아침 은행을 가기로 했다. 참고로 네덜란드 ING 뱅크는 토요일에도 영업을 한다. 심지어 오후 4시까지.
한국에서 네덜란드 관련 서류 작업을 할 때, 맺은 housing contract에서는 첫 달과 마지막의 방 값을 미리 지불한다고 돼있었던 것 같은데! 네덜란드에 와서 새로 쓴 계약서에는 그 돈이 마지막 2달치 방값이라고 쓰여있었다. 당장 1월 31일까지 housing fee를 송금해야 한다. 계좌 생성 당일부터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시도하려했지만, 룸메이트가 이미 ING Bank 웹사이트에 접속해 실패를 겪었다.
은행에 도착하니 네덜란드에서 알게 된 한국학생이 있었다. 그도 우리와 같은 문제로 은행에 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일단 은행에서 첫 달 방 값을 송금하고, 인터넷 뱅킹을 알아가려 했건만, 오직 인터넷뱅킹으로만 송금이 가능하다는 은행원의 말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은행에서 송금업무를 하지 않는다니. 이게 무슨 은행인가.
게다가 분명 은행 창구에서 송금시 수수료가 붙고, 인터넷뱅킹 이용시에는 수수료가 없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의아했다. 어쨋든 우리는 영어로 된 인터넷뱅킹 매뉴얼을 한 부씩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빗속을 두 번이나 헤치며 페달을 밟아서 그런지 너무 배고팠다. 아침을 항상 호화롭게 먹어도, 자전거 몇 번 타면 금새 배고파진다.
오늘 먹은 아침. 다른 사람들은 빵을 자주 먹지만, 나는 밀가루 많이먹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빵 대신 감자를 즐겨 먹는다. 혼자서 먹는다면, 5끼니는 먹을 수 있는 감자가 마트에서 1.5유로 밖에 안한다. 물론 껍질도 까져있고 익힌 감자다.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돌리고 먹기만 하면 되는. 생감자는 훨씬 싸다고 들었다. 부족한 영양소는 소량의 소세지와 샐러드에서 보충하면 된다. 요거트에 시리얼까지 덤으로해서. 정말 알찬 아침.
엠테마트에서 파는 브리또. 진짜 가성비 좋다. 1.5유로 밖에 안하는데 3명이 먹을 분량이 들어있다. 단 한번에 조리해야하고, 소스가루 2봉지와 또띠아밖에 들어있지 않아 기타 재료들은 따로 사야하지만, 네덜란드는 식료품은 정말 싸기때문에 걱정할 필요없다. 3분 음식들처럼 종류가 좀 다양한데, 학교 다니면서 다 먹어볼 생각이다.
오늘 먹은 점심. 라면에는 냉동에 얼려놓은 밥도 해동해 말아먹었다. 너무 맛있다. 브리또도 맛있고. 브리또 재료는 1.5유로짜리 감자와 한팩에 2유로하는 닭가슴살을 잘게 썰고, 2유로 쯤하는 아마도 팟타이용 야채셋트(파프리카, 양배추, 숙주, 양파로 구성돼있다.)를 소스와 함께 볶다가 졸였다. 물론 위 재료들을 다 쓰진 않았다. 감자는 아마 1/6, 닭가슴살은 절반 그리고 야채셋트는 1/4정도 사용했다. 본인이 직접 요리해먹는다면 네덜란드 식비는 정말 부담이 없다!
밥도 먹고 송금도 끝내고(더치어로 돼있어 블로그를 검색해 완료했다.) 비도 그쳤겠다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러 나가려 했는데, 네덜란드 날씨를 너무 얕봤다. 다시 비가 후두둑 내리고 있다. 그것도 꽤 많이. 오전엔 데드라인 있는 housing fee를 내야한다.는 의무감에 차가운 빗발을 뚫고 나달렸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어제 밤 처음으로 12시 넘어 잠에 들었는데, 개운하게는 못자 몸이 피곤해서인지 내 산책의지도 후두둑후두둑 떨어졌다. 쉬자 오늘은. 내일 아침일찍 로테르담에 가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