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은 미각(맛의 감각)이라기보다는 통증에 가까운 감각입니다. 매운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 혀는 자극을 통증으로 인식하고, 우리 몸은 이를 완화하기 위해 펩타이드(肽(tài))라는 물질을 분비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인 쾌감이 발생하며, 이러한 경험이 반복될수록 점차 매운맛이 주는 쾌락을 찾게 되고, 결국 중독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중국은 명나라 시기부터 남아메리카로부터 고추를 수입해 매운맛을 음식 문화에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고추가 전래되기 이전, 중국에서 ‘맵다’는 개념은 오늘날 우리가 쓰는 辣(매울 랄)이 아니라 辛(매울 신)이라는 글자로 표현되었습니다. 당시 중국인들에게 辛의 맛을 대표하는 식재료는 葱姜蒜’(파·생강·마늘)이었습니다. 辛은 단순히 매운맛을 뜻하기보다는, 먹었을 때 눈물이 나고 콧물이 흐를 만큼 강한 자극을 주는 冲(찌를 충)의 감각을 표현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여기에 부추와 겨자를 더해 다섯 가지 자극적인 식재료를 묶어 오신(五辛)이라 불렀고, 오늘날 불교에서 금하고 있는 ‘오신채(五辛菜)’라는 명칭에서도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예부터 지금까지 오신채를 많이 섭취해 온 지역은 주로 윈난·구이저우·쓰촨(云贵川), 그리고 후난·후베이(湖南 湖北)와 같은 남방 내륙 지역입니다. 이 지역들은 산세가 험하고 경작이 어렵거나, 물류가 원활하지 않아 식재료를 풍부하게 구하기 힘든 환경에 놓여 있었습니다. 반면 해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음식 재료가 풍부했기 때문에,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일정한 고통이 따르기는 하지만, 그 강한 향과 풍미, 그리고 식사 후 느껴지는 개운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결국 매운맛은 신선한 채소나 육류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 혹은 설탕·기름·소금과 같은 기본 조미료조차 부족한 지역에서 그 결핍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일정한 고통이 따르기는 하지만, 그 강한 향과 풍미, 그리고 식사 후 느껴지는 개운하고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은 부족한 재료나 신선하지 않은 재료를 써서 요리를 해도 큰 만족감을 주는 자극입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지역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인식은 중국어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중국어에서 ‘결단력 있는’, ‘일 처리가 깔끔한’, ‘야무진’ 성격을 표현할 때 辣(매울 랄)이 자주 사용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泼辣(pōla)입니다. 이 단어는 ‘결단력이 있다’, ‘박력이 있다’, ‘용감하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동시에 ‘억척스럽다’, ‘악랄하다’라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단어를 구성하는 글자를 살펴보면, 泼(pō)는 ‘뿌리다’, ‘쏟아붓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泼(pō)辣(là)는 말 그대로 ‘매운맛을 들이붓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만큼 辣이 가진 강한 성격을 강조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본래 泼辣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흉포한(凶(xiōng)悍(hàn)), 무지막지한(不(bù)讲(jiǎng)道(dào)理(lǐ)) 사람을 묘사할 때 주로 사용되었습니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매운맛의 매력에 점차 익숙해지고 이를 즐기게 된 것처럼, 泼辣라는 표현 역시 점차 긍정적인 의미를 덧입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기백과 배짱이 있는 사람을 가리키거나(魄力), 글이 시원스럽고 힘 있게 쓰였을 때 ‘文(wén)风(fēng)泼(pō)辣(là)’(글의 풍격이 시원스럽다)라고 표현하는 등 긍정적인 맥락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여기서 매운맛과 쓴맛의 닮은 부분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처음 접했을 때는 불쾌하거나 거부감을 주지만,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그 맛을 더 깊이 음미하게 되고,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 甜(tián)酸(suān)苦(kǔ)辣(là)咸(xián) (단맛,신맛,쓴맛,매운맛,짠맛)가운데 ‘辣(là)’(매운 맛)까지 살펴보았고, 마지막으로 ‘咸(xián)’(짠맛), 즉 짠맛만이 남아 있습니다. 중국인들에게 짠맛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