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쓴맛 채소와 식재료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莲心(연밥 심), 莴笋(줄기상추), 苦苣(사데풀), 苦瓜(여주), 苦丁茶(쿠딩차), 荞麦茶(메밀차), 西柚(그레이프프루트), 蒲公英(민들레) 등은 중국인의 식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쓴맛의 재료들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쓴맛(苦:쓸 고)은 어떤 맛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단맛(甜)과 신맛(酸)은 중국 문화에서 흔히 “酸(suān)甜(tián)”이라는 조합으로 묶여, 서로를 보완하는 조화로운 맛으로 인식됩니다. 앞서 언급한 사과의 예처럼, 새콤달콤한 맛은 서로 대립하기보다는 함께 어우러지는 관계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개념적으로 단맛과 대응되는 맛을 찾는다면, 신맛보다는 오히려 쓴맛(苦)이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의 문학이나 수많은 역경을 겪어온 인물들의 전기를 살펴보면,
“苦是人生中最值得回味的味道”
라는 표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우리말로 옮기면
“쓴맛, 곧 고생과 역경은 인생에서 가장 음미할 가치가 있는 맛이다”
라는 뜻이 됩니다.사실 오미(五味) 가운데, 인간이 가장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맛은 쓴맛일 것입니다. 우리는 한약(韓藥)을 복용한 경험을 통해, 중국인들은 중약(中藥)을 복용한 경험을 통해 쓴맛이 얼마나 강한 불쾌감을 주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중국에는 한국의 “좋은 약은 입에 쓰다”에 해당하는
“良药苦口利于病”(쓴 맛이 나는 좋은 약은 병을 치료하는 데 좋다)
이라는 속담이 있으며, 여기에
“忠言逆耳利于行”(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에는 이롭다)
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나라와 문화가 달라도, 쓴맛이 지닌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는 서로 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쓴맛은 처음에는 강한 거부감을 주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맛보면 맛볼수록 그 깊이를 더 음미할 수 있는 맛이기도 합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세 가지 음료, 즉 커피(咖啡), 차(茶), 맥주(啤酒)입니다. 평소 이 음료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그 쓴맛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이를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쓰고 거북한 맛으로 느껴집니다.그렇다면 커피나 차, 맥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왜 이 쓴맛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이 쓴맛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그 속에 담긴 향과 깊이를 음미할 수 있는 감각이 길러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에서도 역경, 고난, 시련, 실패와 같은 ‘쓴맛’을 두려워하지 않고 반복해서 마주한다면, 인생이라는 맛을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苦是人生的一个非常重要的必修课”,
즉 “쓴맛은 인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매우 중요한 ‘필수 과목’이다”라는 말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쓴맛이 주는 불쾌함만을 피하려 하기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의미와 깊은 맛을 천천히 음미해 보는 태도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쓴맛과 마찬가지로 강한 자극과 고통을 주는 매운맛(辣) 역시 이러한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매운맛 또한 쓴맛처럼 일정한 훈련과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즐길 수 있는 맛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합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매운맛은 미각보다는 통각(통증)에 가까운 감각입니다. 다음에는 甜酸苦辣咸이라는 오미(五味)의 틀 속에서, 그 철학적 의미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