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하고 튼튼한 청년들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재목이라는 것인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보면 쇠퇴한 체력을 지닌 노인이 많아지고 결국에는 체력을 지닌 사람들이 사라질 국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곤 한다.
21세기 이후로 대한민국의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논란이 되어왔지만 똑똑한 정부 각 부처의 사람들이 알아서 잘해주실 거라고 믿으며 지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의 시대로 접어들줄 누가 알고 있었을까.
1명 이하의 출산율, 일본과 유사한 평균 소득 어떻게 보면 북쪽은 북한으로 막혀있으니 사실상 섬국가라는 지리적인 현실도 비슷하다.
건강한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가족과 국가를 위한 길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나 있을까?
아마 시골에 나이 드신 80세 이상의 어르신들마저도 부부를 똑 닮은 아이를 낳으면 좋겠지만 젊고 빛나는 시절 그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혹자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과거와는 다르게 젊은 이들이 여행 등의 여가활동을 너무 즐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경쟁과 비교하게끔 살아가는 교육과 현실이 대한민국 병폐의 원인이라고 손꼽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 더 디테일한 티비광들은 오은영 박사님의 '결혼지옥 리포트'나 '금쪽 상담소'등의 TV프로그램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아니 그럼 과거에 방영되던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아빠 어디가'의 윤후는 벌써 잊으신 건가요.
어쨌든 21년 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는 0.8명, 22년에는 0.78명으로 예상보다 더 낮은 수치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인구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과거의 대한민국과 비교해 봐도 아주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작아지고 있는 국가, 대한민국
이런 상황까지 오니 0.1명이 안 되는 시에서는 예상하기 힘든 수치로 특정 구가 출산율 1위를 기록했다는 기사도 나온다.
서울특별시의 출산율은 0.59명으로 강동구는 이를 훌쩍 넘는 수치인 0.72명을 기록했다.
다행스러우면서도 조금은 웃픈 수치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도 트위터로 대한민국 출산율을 보여주며 가장 먼저 사라지는 국가일 거라는 조롱 아닌 조롱을 했으니 사회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일본보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더 암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저출산문제가 대두되자 PD수첩과 출산율을 전문으로 다루는 유튜버가 되어버린 슈카월드도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현실을 고발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 먹고살기 힘들고 아이를 낳으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위의 방영분 캡쳐본처럼 이러한 척박한 환경의 중심에는 일자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일자리문제는 부동산문제로 이어지고 부동산 문제는 결혼과 출산의 문제로 이어진다.
중간의 여러 크고 작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말이다.
뿐만아니라 각종 지표들 또한 암울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일자리의 현실부터 살펴보자.
일자리의 수도권 밀집화, 평균 출퇴근 시간 64분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의 본사현황을 살펴보면 10년 사이에 수도권 비중이 9%나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제조업 회사에 재직 중인 분들은 알겠지만 일부 대기업들은 지방에 생산기지를 두고 그곳을 본사로 등록하지만 재무나 회계, 마케팅, 인사, 영업 등의 본부는 서울에 별도로 마련한 경우가 많다.
고로 비수도권에 위치한 9개의 거대 기업들도 수도권에 분사를 두어 실제로는 수도권 집중화가 더 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수도권의 인구 밀집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의 서울 지하철은 미어터지고 2기 신도시, 3기 신도시 등 새로운 거주단지를 마련하고 있지만 교통 인프라의 미확충으로 인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64분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사람인 1556명 조사 통계)
출퇴근시간에만 몰리는 사람들로 인해 아예 출근을 빨리 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부모로부터 부동산과 같은 큰 규모의 자본을 물려받지 못했다면 사실상 노동소득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원은 1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여정에 고통받곤 한다.
오르는 부동산 가격처럼 해가 갈수록 수도권 인구밀도가 증가하면서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는 더욱 더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부동산 불경기가 와도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곳은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서울 중심지의 부동산 가격은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금리 사회에서도 끄떡없다.
그래서 옛말에도 자식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었나보다.
사람이.. 아니 서울이 미래다.
통계상으로도 서울 부동산의 평당 가격과 상승률은 놀랍다.
2017년 타 지역보다 훨씬 높은 평당가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그 격차를 점점 벌어졌다.
서울에 살기만 하면 출퇴근이 가까워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집을 가지고만 있어도 투자가 된다.
뿐만 아니라 여가활동이나 맛집, 술집, 카페 등의 인프라도 이미 잘 갖추어져 있어 미완성의 신도시보다 더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정돈된 주변환경을 선호하는 부부나 커플들에게는 신도시도 제격이겠지만 대부분의 신도시는 서울 중심가와 1시간 이상 떨어져 있으며 판교 외에는 일자리가 확충되지 못해 자급자족 역할을 하지 못한다.
결국 일자리가 확충되지 않은 신도시는 서울 일자리에 의존해야 하는 베드타운이 대부분이다.
고로 출퇴근과 여가활동 그리고 부동산 매매가 상승률을 봤을 때, 서울을 미래로 뽑지 않을 이유는 없다.
지방에 안정적인 직장과 집만 있다면 해결될까?
지방에 사는 친구 한 명이 있다.
강릉에 거주 중이며 버는 돈이 아주 많지 않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저렴한 구축을 매매하여 살고 있다.
서울이었다면 전세마련도 못하는 돈이지만 조용한 지역에 직장과 집이 있으니 걱정이 없다고 말하며 아이 둘을 낳고 잘 살고 있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편적인 예로 조금 더 객관화된 예를 들어보겠다.
지금이야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임대아파트, 아파트가격이 오르기 전의 세종시가 좋은 예다.
2016년 세종시의 출산율은 1.82%으로 전국 평균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현재의 서울과 비교하면 두 배가 아닌 세배에 가까운 수치다.
하지만 관공서 이전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도시가 안정화되면서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지만 정부청사의 이동이 이루어졌으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본사 이전은 찾아볼 수 없어 공무원의 도시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예상도 전해지고 있다.
그래도 일반직장에서 보기 힘든 공무원의 육아 휴직, 단축 근무와 더불어 세종이라는 신도시의 유치원과 같은 좋은 인프라가 있기에 세종시는 다른 주요 시들보다는 높은 출산율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미래를 위한 국가균형발전사업의 산물, 세종특별자치시
그렇다면 세종시는 어느정도 성공한 도시가 아닐까?
아니다. 내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세종시 프로젝트에 대한 점수를 주자면 60점 이하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세종시의 주변환경을 살펴본다면 수도권가 가깝고 대전과 천안, 아산, 공주 등의 도시 인구를 흡수해 갔다는 통계도 있다.
20년 1분기 세종시 유입인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도시는 대전이었다.
총 4166명이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동하였으며 2위는 경기도로 2118명의 전입 수를 기록했다.
그다음으로는 청주시, 계룡시, 논산시로 세종시의 성장은 주변 도시의 인구를 흡수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국 리서치가 천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22년 6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자
'세종시특별시가 대한민국의 정치, 행정수도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위.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과밀, 부동산문제 완화 (68.3%)
2위. 국가 균형발전 실현 (57.8%)
3위. 국정운영 효율성 제고 (42.0%)
4위. 서울의 국방안전 취약성해소 (13.7%)
5위. 역대 대통령의 공략 이행 (4.1%) 순이었다.
하지만 이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뽑은 것 또한 인구분산효과 미미(52.8%)였으니 국민들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세종시 개발에 대한 점수가 기대보다 매우 낮았음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볼 수 있다.
아직 더 발전의 여지는 있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세종시 개발은 절반의 성공밖에 거두지 못한 사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출산율 감소는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는 문제 아닌가요?
눈높이를 낮추어 일본을 한번 살펴보자.
일본의 출산율은 2015년의 한국보다도 높은데 이러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이웃나라는 오랫동안 지속된 경기침체로 인해 부동산가격이 안정화되어 출산율이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경기침체가 초저출산율이 조금이나마 해결해 주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국가의 앞날이 더 불투명해 보인다.
출산율과 돈을 직접적으로 연관 짓는 이들도 많다.
나경원 의원은 23년 출산 시 대출원금을 일부 탕감해 주겠다는 발언을 하였는데 저출산의 원인은 제도지 돈이 아니다.
아이를 낳고 경력단절이 되는 엄마, 육아휴직을 쓸 때 눈치를 봐야 하는 아빠의 심리적 불안감은 몇 푼의 돈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부모가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만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이밖에도 출산율이 낮은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아직 남아있는 유교문화로 인해 혼외자식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이제는 정치적으로도 활용되는 남녀 갈등의 심화, 장기적인 정책을 세우거나 실행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 등이 저출산 문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 해소만이 출산율 감소해결의 유일한 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일자리와 부동산, 출산율은 떼어낼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와 같은 국가 균형발전의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과거보다 더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주변의 인구 흡수대신 서울과 경기도, 인천의 젊은 층들의 인구를 분산시켜야 한다.
일자리가 생기면 지금과 같이 50년, 100년 동안 회사를 다녀도 살 수 없는 특정지역의 집값을 안정화시킬 수 있고 밀집으로 인해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빈부격차와 교통체증과 같은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
아직 남아있는 지역감정의 불씨 때문에 어느 도시를 특정 짓지는 못하겠지만 중국과 가까운 해안 도시를 발전시킨다면 제조, 유통업 발전을 장려할 수 있고 비교적 덜 발전한 동해안의 해안도시들도 후보군에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종과 원주처럼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인접 도시보다는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좀 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국민연금 전망과 같은 암울한 미래를 떠올리면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이 더 사라진다.
하지만 반대로 아이를 낳으면 미래세대가 지금의 예비노인들을 부양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장기적이고 커다란 규모의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먼 여정을 떠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계획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한시가 급한 작금의 대한민국이지만 새로운 한 해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미래를 위한 거대 담론이 펼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계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