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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립소 Oct 09. 2024

속삭였던 우리의 밤에 작별 인사

밤 수유 끊기는 너무 어려워

 두두가 딱 11개월이 되던 오늘, 필수 백신 두 개를 맞고 건강 검진도 받았다. 결과는, 지난 8월 검진 때에 비해 키는 5센티 가까이 컸지만 몸무게는 300g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많이 움직이는 시기임을 감안해도 9 kgs도 안 나가는 몸무게는 좀 걱정스럽다. 이런 고민에 의사 선생님은 밤중 모유 수유 때문에 아이의 식욕이 떨어지는 거라는 예상치 못한 진단을 내렸다.

두두는 일찌감치 통잠을 자기 시작했고, 밤중 수유는 이미 생후 3개월에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약 한 달 전부터 자다가 깨는 일이 잦아졌다. 아마도 이앓이 때문에 깨는 듯싶었다. 그때마다 칭얼대는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려 자연스레 젖을 물리며 밤중 수유가 다시 시작돼 버린 것이다.

자다 일어나 모유를 먹는 것은 소화를 방해하고 낮 동안 식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아이가 일어나는 아침과 취침 전 단 2회를 제외하고 모유 수유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욕의 문제를 넘어 충치를 유발할 수도 있고 돌부터는 단유를 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니 지금부터 중단하는 것을 권고받았다. 아이가 원해서 지금까지 밤 수유를 하고 있다고 의사에게 대답했지만, 사실 내가 더 끊기 힘들어 여전히 수유하고 있는 거다. 잠결에도 내 품을 파고들며 모유를 찾는 건 아기의 본능적 행동임을 알면서도 내게 위로의 시간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모유 수유를 시작했을 때 이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게 될지, 이토록 끊을 수 없는 행위인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출산 전 부모 수업 때 아기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하니 모유 수유를 다짐했을 뿐인데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생명과의 교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물론 출산 후 몇 개월 동안은 작은 관절 하나하나 다 아파 아이를 한 시간 가까이  안고 젖을 물리는 게 힘겹기도 했고, 끔찍한 젖몸살도 두 번 앓았으니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그 고통들은 모조리 잊어버리고 아이를 품에 안곤 했다.


첫 젖몸살이 왔을 때 단단히 굳은 가슴을 아파하며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두두는 마치 나를 도와주는 것처럼, 그 작은 입으로 쭉쭉 온 힘을 다해 먹어주었다. 아기의 작은 입에서 내는 힘찬 소리와 함께 딱딱하게 뭉친 임파선이 조금씩 부드럽게 풀렸다. 이런 기억들이 켜켜이 쌓였는데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이건 단순히 영양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서로에게 주는 위로와 사랑의 시간이다. 끝없이 모유 수유를 이어갈 수 없고 적절한 시점에 아기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멈춰야 하는 것도 잘 안다. 그저 교감의 순간들을 더 오래 이어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허전하고 아쉬울 뿐.

오늘 두두는 백신을 맞고 새로운 면역체를 만들어내느라 몸이 많이 힘든가 보다. 하루 동안 몇 번이나 울었고 저녁도 먹지 못한 채 보채며 잠이 들었다. 의사의 권고를 듣고도 잠결에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항체를 형성하느라 아이의 작은 몸이 고생하는데 어제까지 위안을 줬던 걸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었다. 한동안 젖을 빨다 멈춘 아이를 침대에 옮겨 눕혔다. 가느다란 간접 조명 덕분에 잠결에 어렴풋 엄마를 본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잠이 든다. 그런 아이의 부드럽고 통통한 볼을 쓰다듬으니 괜히 감격스러워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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