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립소 Oct 22. 2024

첫 훈육의 도전

두구두구! 아기의 성장통과 함께 찾아온 훈육의 순간

요 며칠 두두의 잇몸은 전보다 더 부어오르며 새로운 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잠깐 사이에도 턱밑이 흠뻑 젖을 정도로 침을 주르륵 흘리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젖은 티셔츠가 혹여 아이에게 감기라도 유발할까 싶어 턱받이를 자주 갈아주는 건 일상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잇몸이 부어오르면서 코의 신경도 자극하는지, 간질간질해진 코가 자꾸 콧물을 흘려보낸다. 처음엔 시간이 지나면 멈출 줄 알았는데 벌써 며칠째 코를 훌쩍거린다. 다행히 열도 나지 않고 우리에게 옮기지 않는 걸로 보아 감기 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아닌 것 같지만 밤이면 가끔 기침을 하기도 해서 지금은 좀 헷갈린다.

비강이 꽉 막혀 호흡이 힘든 아기에게 매일 식염수로 코를 세척해 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기는 혼자 코를 풀 수 없으니 답답한 코를 뚫어주려면 엄마 아빠가 나설 수밖에 없다. 아기를 모로 눕히고 작은 앰플에 든 식염수를 한쪽 콧구멍에 흘려 넣으면 반대편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어른도 낯선 액체가 몸 안에 들어오면 불편한데, 두두에게는 얼마나 더 힘들까.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아프다. 괴로움에 몸서리치는 아기의 팔을 잡고 억지로 세척을 해내는 건 매번 괴롭다. 그래서 최대한 단호하고 빠르게 처리해 주려고 노력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아기를 꼭 안아 달래주곤 한다.


또 요즘 들어 두두는 불편한 잇몸 때문에 무언가를 계속 깨물고 싶어 한다. 헝겊 인형이나 담요를 와앙 씹어대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문제는 사람도 문다는 것. 어른들이 안아줄 때 어깨에 자신의 입을 대며 아구 힘을 쓰는데, 그 힘이 이제는 만만치 않다. 아기아빠와 내 어깨에는 두두의 작은 이빨 자국이 가득하다.

최근 어린이집에서도 선생님이 물린 적이 있었다. 너무 죄송해서 몇 번이나 사과했지만, 선생님은 괜찮다며 오히려 우리를 다독여주셨다. 선생님은 아기가 아직 어려서 잘못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니 물려고 할 때 치발기 같은 말랑하고 씹을 수 있는 장난감으로 주위를 돌리는 방법을 쓰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 방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 두두는 편안하고 만만한 엄마 아빠에게는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것 같았다. 치발기를 쥐어주면 받아 들자마자 휙 던져버리기 일쑤였다. 

며칠 전, 11개월 정기 접종을 위해 병원에 찾았을 때, 소아과 선생님이 무는 행동에 대해 대처방법을 조언해 주셨다. 아기가 물려고 할 때 즉시 몸을 떼고 단호하게 "안돼"라고 말하며 훈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이제 돌이 다가오니 인지 능력이 점차 발달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자칫 남에게 해를 끼치는 아기의 행위들도 귀엽다며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가정과 사회 안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아이로(enfant roi)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직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붙잡고 훈육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어색했지만 의사 선생님의 권유도 있었던 만큼 첫 훈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두두는 그저 놀이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배운대로 깨물려고 하는 순간마다 몸을 떼고 "안돼!"를 외쳐도 까르르 웃어버린다. 표정을 진지하고 무섭게 지어보려 눈을 잔뜩 부릅떠보아도 더 큰 웃음을 지을 뿐. 덕분에 훈육은 커녕 내 입꼬리도 올라가며 눈자위도 풀어지는 것만 같다. 아기 미소에 무너지는 나약한 엄마라니... 훈육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사랑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단호함을 배워야만 하는 부모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속삭였던 우리의 밤에 작별 인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