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등록, 덴마크 비자 발급이라는 두 개의 산을 오르는 짧은 기록
덴마크에 가기로 마음을 먹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유학 비용을 내가 충당해야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다행이도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었고, 나는 입학관리과에서 사무 보조를 하며 준비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짧게 일이 들어오면 대부분 해냈다. 다음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을 모으고, 비자를 발급받은 3개월의 기록이다. 워낙 정신이 없었기에 친절하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린다.
1. 9월 5일, 학교에 지원서를 보내다.
자유학교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8월 말, 학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 건 9월 초부터였다. 덴마크의 모든 자유학교 리스트가 있는 홈페이지에서 내가 원하는 기간동안 원하는 활동을 하는 학교들을 찾아보았다.
Brandenberg, jydrup, 그리고 내가 결국 가게 된 학교인 Music og theaterskolen.
Brandenberg는 덴마크 북부에 위치한, 자유로운 액티비티가 중심인 학교였다. 교육 기간 중 한 번은 다른 나라로 스포츠 여행을 떠났다. 유튜브에는 매 달 한번 정도 학생들이 직접 만든 영상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동영상에서도 느껴지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학생들의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외국 학생들이 있을 때에는 영어로 수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커리큘럼이 너무 산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을 하지는 않았다.
Jydrup은 코펜하겐 인근의 성 안에 지어진 학교였는데, 수도 와 가까워서 놀 수 있는 곳이 많다는. 장점이 있었고, Brandenberg 학교보다는 좀 더 차분하고 따듯한 느낌이었다. 송라이팅 수업이 있어서 관심이 갔다. 다만 문의 결과 덴마크어로만 수업을 진행하기 떄문에, 따로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마지막으로 알게 된 Musik og Theaterskolen은 앞선 두 학교와는 달리, ‘specialized’유형의 학교다. 즉 학교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악과 연극을 중점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교육 과정을 살펴보니 주로 전공 수업을 하고, 전공 발표회도 있었다. 물론 음식 만들기, 요가 등 교양 과목들도 존재했다. 나는 한국에서도 예술 대학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이 학교가 가장 적응하기 쉽고 나에게 흥미로운 프로그램들도 많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Musik og Theaterskolen에 지원서를 넣었고, 삼일 만에 연락이 왔다. 즉시 입학금을 내라는 메일이었다.
2. 9월 11일, 입학금을 내다
솔직히 삼일 만에 연락 와서 바로 입학금 내라고 말하길래, 사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메일을 이리 보고, 저리보고 해보았지만 진짜 학교에서 보낸 메일이 맞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 송금을 하러 은행에 갔다. 한 시간을 기다려 은행원 앞에 앉고, 쓰라는 정보들을 열심히 쓰다가, 아뿔싸. 덴마크 은행과 학교 주소의 영문명이 없어서 반려당했다. 난 당연히 학교에서 준 정보만 가지고 갔는데… 한국 은행에서는 영어 알파벳만 처리 가능하다는 걸 몰랐다. 앞으로 해외 송금 할 때에는 영문 정보를 꼭 확인하고 가야지. 결국 입학 담당자분에게 다시 메일을 보냈고, 다음날 오전에 답을 받아 입학금을 낼 수 있었다.
3. 10월 24일, 등록금을 내다
열심히 돈을 모으고, 부모님의 도움도 조금 받아 등록금을 마련했다. 4개월 등록금은 약 550만원 정도. 숙박과 식사가 포함된 가격이니, 그렇게 비싸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번에 지불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이렇게 큰 돈을 마련해본 게 내 인생 처음이었고, 이렇게 빨리 써버린 것도 처음이었다. 십분만에 통장의 돈이 싹 사라졌으니! 후련한 기분이다.
4. 11월 5일, 비행기 예약을 하다
등록금을 내고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비행이 예약을 했다. 2월 12일 코펜하겐 인, 8월 11일 리스본 아웃 티켓이다. 중간에 암스테르담 12시간 레이오버도 껴 넣었다. 휴학 신청을 하러 갈 때 선생님께 계획을 말씀드리자 ‘암스테르담은 꼭 가봐!’라고 추천해주셨기 때문이다.
5. 11월 20일, 본격적인 비자 준비를 시작하다
비자 발급을 받기 이전에 case order ID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30만원이 넘게 들었다. 나는 30만원을 내고 알파벳 몇 개와 숫자 몇 개를 를 받았다. 너무너무 비싸다.
6. 11월 29일, 비자 면접 신청을 하고 알아보는 중
수수료만 해도 7만원이 넘고, 비자 발급 비용은 68만원을 또 따 로 내야 한다. 잔고 증명서도 내야 한다. 4개월 학교 다니겠다고 100만원을 비자에 쓰는 게 너무 아깝다! 아는 언니는 폴란드 비자 받는 데에 11만원 들었다고 하던데.
너무 억울해서 덴마크 비자가 왜 이렇게 비싼지에 대해 좀 알아보았다.
1. 한국 덴마크 대사관은 비자 관련 업무를 하지 않는다.
2. 그래서 한국인은 덴마크 비자를 받으려면 노르웨이 비자 대행센터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곳에서 덴마크 비자 발급을 대행하기 때문이다. 이 ‘비자 대행센터’는 비자 발급 전문 국제 대행업체이다. 즉 사기관이다.
3. 한국 노르웨이 비자 대행센터에서 덴마크 비자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은 이렇다.
첫 번째. 한국에서 비자 신청인의 여권과 서류들을 받는다.
두 번째. 여권을 ‘베이징 소재 노르웨이 비자 대행 센터’로 보낸다. 왜냐하면 베이징 노르웨이 비자센터에서 중국과 한국(일본도포함인지는 모르겠다)의 덴마크 비자 신청 서류들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베이징 노르웨이 비자 대행 센터’에서는 여권과 서류들을 확인한 후 ‘덴마크 이민국’으로 보낸다.
네 번째. 덴마크 이민국에서는 서류 심사 후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하고 다시 베이징 노르웨이 비자센터로 여권을 보낸다.
다섯번째. 베이징 노르웨이 비자센터에서 한국 노르웨이 비자센터로 여권이 도착한다.
이렇게 4번의 대행과 세 나라를 오가는 서류들 때문에 엄청난 수수료가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타국의 비자 대행업체에서 대행하는 이 이상한 비자 발급 시스템 때문에 덴마크에서 거주하기 위한 필수 인증인 거주확인증 등은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야 한다. 결국 100여만원의 돈을 쓰고 나서도 덴마크에 가서 처리할 행정적인 일들이 남아있다는 것.
현지에서 비자를 발급받으면 금액이 절반 정도라고 한다. 나는 첫 해외 장기체류이고 거주할 곳이 너무 시골이라 관공서에 가기 힘들 것 같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비자 발급 과정을 마쳤지만, 큰 도시에서 체류하는 용기있는 사람들이라면 입국 후 차근히 비자를 발급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
6. 11월 29일, 비자 서류 접수 완료!
비자 면접을 보고 서류를 접수했다. 이전에 서류 준비할 때 너무 까다롭고 비싸서 기분 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생각보다 오늘은 까다롭지 않았다. 비자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서류를 접수할 수 있었고, 영어 면접인 줄 알았던 비자 면접도 한국어로 진행되었다. 다만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오늘도 수수료로만 9만 500원을 냈다. 이럴수가...
비자가 잘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7. 12월 20일, 비자 도착 메일이 오다.
학교 입학 담당자분에게서 비자가 발급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더불어 학교에 도착하면 추가 발급 서류들(거주확인증과 CPR 카드)를 만드는 걸 도와주겠다는 메일이었다. 고마워요 Hansen, 덕분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다만 제 여권이 아직 한국에 도착하지 않았어요…
8. 12월 27일, 여권을 찾다.
다행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비자센터에 여권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재빨리 가져왔다! 이렇게 비자를 받는 데 거의 한 달 꽉 채워 쓰고 나니 뿌듯함과 안도감이 들었다. 여권을 찾고 건물을 나오자 숭례문이 보였다. 저번에 비자 신청하러 왔을 때에는 뭐가 있는지도 잘 몰랐는데. 곧 있으면 이런 한국 전통 건물들을 오랫동안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괜히 천천히 주변을 서성였다.
이제 짐 싸는 일만 남았다!
지금은 1월 26일. 계속해서 돈을 모으며, 자유 학교에서의 프로그램의 끝난 이후 축제 여행을 계획하는 중. 다음 이야기는 출국 이전의 준비들을 정리한 포스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