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서정 Feb 10. 2020

3. 공항 탑승구 앞 의자에 앉아서

이제는 혼자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시간

 지금은 코펜하겐으로 출발하기 두 시간 전.

나는 253번 게이트 옆 의자에 앉아 이 글을 적고 있다.


 밤이라서, 그리고 전염병 때문에 공항은 한산하다. 처음으로 공항을 쭈욱 구경했다. 작은 분수, 고양이 모형, 보기 좋게 꾸며놓은 큰 나무들이 보인다. 하늘에는 인공 오로라가 떠 있다.

열두 시간의 비행을 마치면 나는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고, 12시간의 레이오버를 한 뒤, 두 시간가량의 비행기를 타고 코펜하겐으로 간다.


 학교 친구들이 공항까지 배웅을 나왔다, 한 명은 중랑구, 한 명은 경북 영천에서 나를 보러 와주었다. 내가 그들의 큰 부분이라는 게 좋다. 조금 슬프기도 하다. 내 마음을 두고 멀리 떠나는 것이. 열심히 새 마음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엄마도 나왔다. 아빠는 오지 못했지만 점심에 함께 돌솥밥을 먹었다. 많은 사람들과 영상통화를, 그리고 카톡을 했다. 인스타 디엠도 했다. 모두 모두 고맙고 따듯한 사람들. 한국에서의 최신 기억을 그들로 업데이트했다. 당분간 새 업데이트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식사는 셱셱 버거였다. 3만 원 이상 사면 아이스크림을 주었고 우리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골라서 먹었다.


 기분이 이상하다. 떨리지는 않는데 자꾸 목이 마른다. 아까 집에서는 마네를 쓰다듬었는데, 기척도 없이 눈물이 나왔다. 엄마가 준 금반지, 아빠가 준 카우벨, 내가 챙긴 목걸이가 나를 지켜줄 거라 믿는다. 이런 걸 믿는 나를 보면 영락없는 동양인이다. 한글로 글을 쓰는 우리 엄마 아빠는 세계를 만들고, 궁금한 게 많은 나는 세계를 구경한다.



  반년, 생각해 보면 참 별 거 아닌 시간일 수도 있는데. 다른 애들 보면 툭툭 잘만 갔다 오던데. 나는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 이렇게 큰 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담담하게 갔다 오는 거지?


  이제 출발하기 한 시간 반 전.


어제 친구와 갔던 카페에서. 날짜를 옮기는 마음으로 하루를 기억하면 그 하루는 특별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2. 3개월은 생각보다 빠르더라구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