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즉각 반응

본능적 해석

by 안녕하세연

모국어라는 것은 듣자마자 이해된다.

해석이라는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저 즉각 반응이 영어에서 가장 방해가 됐던 것이 아이러니하게 숫자였다.


1, 2, 3, 4, 5, 6, 7, 8, 9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나인


전화번호나 주소, 숫자들을 듣고 외워야 할 때

난 아직도 한국어로 중얼거린다.

영어로는 아무래도 더 외우기 힘들더라.

영어로 숫자를 들으면 -> 한국어로 바꿔서 외우고 -> 외운걸 다시 영어로 말함

이런 프로세스로 주로 진행한다


이런 거치적거린 작업이 들어갈수록 사실 비효율적인데,

그때 가장 걸리적거리는 숫자가 바로 0이다.

0을 제로라고도 하지만, 수많은 경우에 사실 그냥 "오"라고 말한다.

영어 O처럼 생겼기 때문에.


근데 저 오를 들으면 난 또 숫자 5를 순간 본능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를 말할 때

310-

이건 Three one o

쓰리 원 오

요렇게 읽는데

저 오가 순간 5로 들려서 315가 한번 머리에 들렀다 나가기도 하고

뭐 그러다 보니 숫자를 말할 때 아무래도 좀 남들보다 느리다.


해법은 따로 없고

느리더라도 차분히 숫자를 쓸 수밖에

한국말 5와 영어 O는 발음이 다르니까

경상도의 2와 e를 구분하듯

구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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