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식레터
(이미지 출처: unsplash)
간장과 참기름 깨를 넣은 간장 계란밥도 좋고, 남들은 괴식이라는 캐첩 계란밥도 나는 좋아한다. 예전에는 쌈장에 밥을 비벼 먹기도 했다. 하지만 앞엣것들은 한 끼 떼우는 음식이지, 진짜 비빔밥은 아니다.
새로 이사 온 곳에는 큰 시장이 있다. 퇴근길에 여러 번 하릴 없이 시장을 구경하곤 했다. 손두부 집 (오 저기서 두부 사 먹으면 맛있겠다) 튀김집(튀김 카레를 할까?) 떡볶이집(헐 포장해갈까?) 기웃기웃하다가 사람 많은 반찬 가게를 발견하고 킵해뒀다.
시장의 좋은 점은 맛있는 곳은 티가 난다는 거다. 마트처럼 한 제품을 보고 꼼꼼히 후기를 살펴보는 것과는 다르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인 곳으로 가서, 뭘 사는지 살펴보다가, (때로는 "여기 이게 맛있어요?"라고 물어보거나.) 슬쩍 줄에 껴서 남들 사는 것을 사서 돌아오면 된다.
이상한 것 사 먹지 말고 반찬가게 가서 반찬 사서 밥 먹어!
요리는 귀찮고 밥을 먹고 싶을 때, 엄마는 밥 없이 못 사는 나를 잘 알고 반찬 가게부터 있나 살펴봤다. 그리고 꼭 반찬이라도 사 먹으라고 신신당부했다. 배달보다는 집밥이라고. 엄마가 곁에 있어서 언제든 챙겨 줄 수 없으니 반찬 사서 집에서 먹으라고.
하지만 집밥이야말로 입맛에 맛는 곳 찾는 게 쉽지 않다. 반찬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휙휙 맛이 바뀐다. 어느 곳은 너무 달고 어느 곳은 너무 짜다. 배달음식은 한두 끼 먹으면 된다지만 반찬은 조금인데도 소진 속도가 느리다. 게다가 냉장고에 들어가면 맛이 없다고. 또 대충 챙겨 먹을 때마다 들리는 잔소리에는 엄마 반찬이 맛있어서 밖에선 사 먹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다음번에 올 때 반찬을 들고 오곤 했다.
항상 사람이 많았던 가게로 갔다. 밝은 불빛의 반찬가게엔 장조림의 메추리알만 따로 팔기도 했다. 아마 손님이 많아서 메추리알만 따로 팔아달라고 요구했던 사람도 많았던 건 아닐까? 평소라면 대충 진미체 볶음, 멸치볶음 처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걸 샀을 텐데 오늘 집은 건 나물이다.
이걸로 주세요.
파란 나물, 무나물, 고사리, 콩나물이 들어 있는 종합 나물은 혼자서 살 엄두가 안난다. 하지만 이걸로 비빔밥 먹을까?라고 동거인이 물어보는 순간 그 맛을 떠올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빔밥을.
스뎅그릇의 차가움은 밥으로 금방 뜨거워지겠지. 고추장을 넣으면서 이거 많을까? 부족할까? 함께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참기름을 뿌리면 비비기도 전부터 꿀꺽 침을 삼키리라. 그리고 참지 못하고 간이 맞나 먹어볼게요. 하면서 먹은 부분은 미처 비벼지지 못해서 흰 밥과 묻은 고추장과 뭉텅이로 된 나물의 밥.
어서 집으로 가서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