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식레터
빵이 좋아 밥이 좋아? 하는 물음에 나는 식사는 밥으로 먹고 간식으로는 빵을 먹을래 하던 사람이었다. 빵은 빵이고 밥은 밥을 먹어야 한다는 우리집만의 지엄한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식사용으로 허락되는 빵이 있었는데, 하나는 식빵이고 하나는 베이글이었다.
빵 냄새는 정말 매력적이다. 지나가면서 새로운 빵집이 보이고 (이미 여기서부터 흥미는 70% 솟아 있다) 그 빵집에서 갓 구운 빵 냄새가 나면, 나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빵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가장 먼저 식빵을 고른다. 그리고 이 집에서만 팔 것 같은 특이한 메뉴와 맛있어 보이는 빵을 고르면 어느새 쟁반은 잔뜩 무거워져 있다.
빵을 포장해주실 때, 특별히 이제 갓 나와서 눅눅해질까 봉투를 꽉 잠그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 두근두근 설레게 되어버린다. 럭키. 좋았어. 빨리 가서 먹어야지. 하면서 잔뜩 신나버린다.
갓 나온 빵의 온기가 식지 않게. 통식빵을 결을 따라 뭉뚝하게 잘라내면 부드럽고 묵직한 빵 조각-혹은 뭉텅이-을 흐뭇하게 볼 수 있다. 통식빵에는 잼도, 계란이나 베이컨 같은 무엇도 선호하지 않는다. 오로지 빵만 맛본다.
'갓' 나온 '통식빵'은 흔히 오지 않는 이벤트다!
겉부분의 갈색 부분은 조금 눌은 듯한 밀도 높은 맛이다. 식빵 속의 부드럽고 하얀 부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때 물이나 우유를 마시지 말고 기다리면, 식빵의 고소한 맛에 숨은 단맛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
밤식빵은 처음 손에 들었을 때부터 묵직하다. 엄마가 우유를 가져올 때까지 빵 윗부분의 소보로를 살살 떼어먹는다. 달고, 단단하고 부스러지는 단 맛. 단단해보이는 겉모습 안에는 익히 아는 하얀 속과 곳곳에 있는 밤이 반갑다. 밤식빵에 밤은 적당해야 한다. 너무 많으면 달아서 물리고 적으면 아쉽다.
다음날에는 토스트를 해야 한다. 이 토스트는 비장의 레시피이다. 얼마나 비장의 레시피이냐면, 당시 갓 20살이 돼, 익숙한 고등부 대신 청년부 수련회에 끌려갔었다, 친구들이 다 배신을 해서 나 혼자 수련회에 갔었는데, 혼자 괜히 기죽어 있던 나의 시무룩한 기분을 완전히 날려버린 토스트이다. 먹잘알 전도사님의 소중한 레시피를 공개한다.
1. 기름을 두른 팬에 계란 후라이 하나를 한다.
2. 소금을 적당량 (약간 짭짤할수록 맛있다) 뿌리고 노른자를 터트린다.
3. 계란 위에 식빵을 올린다.
4. 그리고 뒤집개로 식빵과 계란이 완전히 붙도록 누른다.
5. 앞뒤로 식빵을 구운다.
6. 꺼내서 계란이 있는 곳에 캐첩을 적당량 바른다.
7. 겹치는 식빵에는 크림치즈를 바른다.
8. 먹는다.
구운 빵은 어디든 마르고 퍽퍽해진다. 하지만 이 토스트는 빵도 계란도 촉촉하다. 주말 아침 호다닥 해먹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