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접시] 가지런하게, 가지 파스타

탐미식레터

by 금모래

첫 만남이나 인상에는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은 만날수록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익숙한 이도 상황에 따라서는 달라진다. 음식의 맛은 그날그날 편차가 큰 편이다. 같은 식당에 동일한 메뉴라 하더라도 작게는 그날의 날씨, 식당의 온도 크게는 요리하는 이가 바뀐다는 수많은 변수에 미묘하게 다른 맛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맛 본 음식이 생각 외로 맛이 없더라도. 나는 다른 곳에서라면 더 맛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시키게 된다. 하지만 나는 가지에 대해서만큼은 편견을, 아니면 많은 학습을 했다.



가지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사실 시각적으로는 꽤 훌륭한 가지는 익숙한 조리기법인 무침이나 나물로는 썩 즐거운 맛을 내지 못한다. 젓가락으로 집어올릴 때 힘없이 딸려올라가는 모습에서부터 식욕이 사라지고. 설컹한 식감은 별다른 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서 어쩌다 신선한 가지가 선물로 들어와도 처치곤란의 수순을 밟곤 했다.


하지만 채식을 중심으로 하는 식당에서 다양한 채소들의 신선한 맛을 봐서일지. 혹은 인생 감바스를 해준 사람이 해준다는 음식이라서 그런 걸지. "가지 파스타 좋아해요?" 라는 말에 "네!" 하면서 순순히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가지+파스타? 사실 이 지면을 빌어서 말하자면, 내 인생에 있어서 파스타 종은 좁기 그지 없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소스와 면이 동시에 들어있는 레토르트 식품으로 진입하여 주구장창 토마토 파스타, 혹은 토마토 미트 소스 파스타를 먹어왔다.


별 이유는 없다. 느끼한 것은 잘 못 먹으니 크림은 제외. 비슷한 이유로 오일 파스타도 제외. 유일하게 도전해보았던 것은 봉골레 파스타였으나. 왠지 파스타보다는 해장하는 느낌이 강해서, 파스타를 먹고 싶은 기분 (양식양식한 것을 먹고 싶다!) 할 때는 맞지 않아서 선택의 요소에 들어가지 않았다.


사실 가지 파스타가 오일 파스타인지는 조리 과정을 봐서 알았다. 딱 보기에 아무색도 나지 않는 파스타면과 동그란 반달 모양과 사다리꼴 모양으로 잘린 가지들, 그리고 약간의 새우. 이게 무슨 맛일지 두근거리면서 한입 냠.


오, 맛있다.


오일 파스타에 대한 편견도 함께 사라진 날. 간이 잘 된 파스타면과 기름을 잘 머금어 노릇한 가지는 무척 잘 어울렸다. 분명히 오일이 들어갔는데 담백하고 자꾸 손이 가는 맛. 그러니까 한참이 지난 뒤에도 그 맛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게 남은 맛.


이후에 몇 번 가지 파스타를 만드는 데 도운 적이 있었다. 가지는 기름을 많이 먹으니까 넉넉하게 뿌려야하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야 한다. 하나하나 겹쳐진 게 없도록 요리조리 굽는 과정은 제법 번거로워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가지는 맛있다. 어떤 상황이든 맛있는 가지 조리법을 발견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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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가지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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