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에 가수 김지애가 발표한 트로트 곡 ‘몰래한 사랑’을...
1991년에 가수 김지애가 발표한 트로트 곡 ‘몰래한 사랑’을 어렸을 때 어렴풋이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가사가 그렇게 은밀한 건지 몰랐었다. 가사의 내용인즉,
그대여 이렇게 바람이 서글피 부는 날에는
그대여 이렇게 무화과가 익어가는 날에도
너랑 나랑 둘이서 무화과 그늘에 숨어 앉아
지난날을 생각하며 이야기하고 싶구나
각설하고,
우리 집은 옛날에 지어진 주택이라서 집 가운데에 마당이 있고 마당 한가운데에는 무화과나무가 있었다.
무화과는 남국의 과일(?)인지라 잎이 웬만한 성인의 손바닥보다 크고 무성하다.
녹음이 짙어가는 6월의 어느 날 집 마당을 지나가는데 문득 저 노래가 떠올랐다.
왜냐하면, 무화과 나뭇잎이 초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막는 그늘을 만들 정도로 무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랫말에 무화과 그늘 아래서 이야기를 한다는 거구나..’라고 되뇌었다.
어렸을 때 몰랐지만 남녀의 사랑을 애틋하고 은유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한 가사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요즘 노래는 대부분의 논조가 ‘내가 제일 잘 나가’ 혹은 ‘오늘 밤 너를 원해’가 대부분이다.
이런 것들이 쿨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여지는 풍조라는 게 더 경악스러운 현실이다.
이런 건 쿨한 것도 아니며 솔직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노골적이며 저속하기 짝이 없고, 경박스럽기만 하다.
이 사회가 그만큼 타락하고 퇴폐적으로 변했다는 반증이 드러나는 것 같아 몇 해 전부턴가 유행가를 듣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