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윤봉길 의사 등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의 뒤에 붙는 이 호칭에 의문이 생겨 찾아봤었다.
의사와 열사에 대하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의사: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제 몸을 바쳐 일하려는 뜻을 가진 의로운 사람.
열사: 나라를 위하여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하여 싸운 사람.
우리나라 말이 너무 어려워 양자의 차이를 확연히 구분하기 힘들다.
좀 더 확실한 차이를 찾아보면 국가보훈처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의사: 무력(武力)으로써 항거하여 의롭게 죽은 사람.
열사: 맨몸으로써 저항하여 자신의 지조를 나타내는 사람.
간단하게 말하자면 무력을 사용하면 의사 그렇지 않으면 열사 정도로 구분한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시대에서 실제 독립운동에 직접적으로 가담했던 비율은 2%에 불과했다고 한다. 나라를 빼앗긴 설움이 뼛속까지 사무칠 텐데 독립운동에는 일반 민중들이 왜 그렇게 저조한 참여율을 보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친일행적을 한 것만은 아닐 테고 아마도 단지 그 당시 민중들에게 주어진 가혹한 삶을 그저 묵묵히 견디며 살아내고 있었으리라.
만약 타임머신이 있어서 100년 전의 일제강점기로 돌아간다면 나는 과연 과감하게 독립운동에 참여할 수 있었을까?
태어나서부터 조선총독부의 호적에 올랐을 것이고 일제가 강제로 노동력을 착취하여 설치한 철도나 전차를 사용하여 소학교를 다니며 일본어를 배워야 하고 또 창씨개명을 당해 조상의 성을 쓰지 못하고 일본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교육을 받은 상황에서 독립운동을 해야겠다는 사상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 않을까?
또한 시대정신을 갖고 독립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들 현실은 더욱 녹록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독립운동은 지하에서 비밀리에 해야 될 텐데 나의 가족에게 혹여나 해를 입거나 할까 봐 집을 떠나 살아야 될 텐데 집에 남은 노모(老母)며 당시 지금보다 일찍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성인 될 나이면 처자식도 있었겠다.
그렇다면 과연 내 가족을 버리고 온전히 독립운동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가장이 사라진다는 게 가족들에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일까?
우리 엄마 같으면 등짝 스메싱을 날리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셨을 것이다.
"토익점수도 안 나오는 놈이 얼른 스펙 쌓아서 취업할 생각은 안 하고.."
또한, 당시를 생각해보면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시대 속에 일본은 서양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청일/러일/1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서 절대 패망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고 혹은 언젠간 패망하겠지 하더라도 그게 언제인지 기약할 수 없는 노릇이다. 조선을 식민지로 삼는 것에 대한 국제적인 암묵적인 조약들도 있어 외교적으로도 독립이 어렵고 독립군들의 활약이 있긴 하나 일본을 상대로 전면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생기긴 했으나 국외로 도는 임시정부로는 독립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 냉정하게 보면 현실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독립운동을 한다는 것은 생각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혹은 조금씩 몰래 힘을 보태는 것은 몰라도 직접적으로 실천한다는 것은 여러 현실적 요소를 고려하면 매우 실천하기 어려운 일인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분들은 죽음으로써 영원한 삶을 얻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