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거대한 수레바퀴는 개개인의 인간들로 하여금 여유를 갖지...
현대사회의 거대한 수레바퀴는 개개인의 인간들로 하여금 여유를 갖지 못하게끔 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무엇인가에 열중해있다.
물론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대중교통 안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해봐야 뉴스 기사 보는 것 정도이긴 하지만 왠지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 같기도 하여 어느 땐 뿌듯할 때까지 있다. 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을 만한 기사는 없다. 어찌 보면 그냥 무료한 시간을 때운 것일 뿐.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기본 덕목은 안타깝게도 “바쁨”인 것 같다.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인내심은 0에 수렴해 나간다. 이젠 몇 년 전과는 다르게 인터넷 쇼핑을 하면 당일배송은 기본이며 뉴스도 저녁 9시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알아볼 수 있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 24시간 편의점, 식당들이 즐비하다.
사는 데 있어 여백이 없이 빽빽이 채워져 있는 삶은 인간성을 말살시킨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넓은 도화지에 무언가 그려 넣을 빈 공간 하나 없다면 새로운 것을 전혀 채워 넣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스케치와 물감으로 가득 채워진 캔버스보다는 다소 심심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여백이 있는 여유 있는 그림을 더 좋아한다. 요즘 도심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사실 모두 회색빛 얼굴에 전화기를 손에 쥐고 들여다보며 바쁜척하며 걸음을 재촉하지만 사실, 본심은 바쁘지 않은 상황을 갈망하고 있는, 여유를 찾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