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좋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 심지어 식물들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속임수를 쓴다. 진화시킨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에서의 진화의 경쟁처럼 보호색 같은 이러한 속임수 기술과 그 속임수를 파악하려는 경쟁도 끝이 없다. 인간에게 있어서도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끼리도 서로 속임수를 쓰기에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과 그 숨은 동기는 다를 때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동기와 결과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명분과 결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 오히려 보편적이다.
그러다 보니 세상 모든 것들의 뒤에는 숨겨진 의도와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강박에 빠져서 사랑과 아름다움 이끌림 이런 것들에서도 이해관계를 찾으려고 노력해 왔으나 이유 없이 무작정 좋고 아름답고 끌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참 자유롭고 좋다. 장조의 음악이 흥겹고 단조의 음악이 우울하고 슬픈 것은 어떤 이유나 동기가 있어서가 아니고 개나 어린아이들에게 혼을 낼 때의 어조는 끝이 단호하고 얼르고 달랠 때의 어조는 톤이 높게 시작하고 끝이 길어지는 현상이 문화와 상관없이 동일한 것은 소리에 절대적이며 공통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푸른 들판의 노을을 아름답게 느끼는 것에 굳이 인류 초기의 사바나 풍경을 대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제 이유를 따지지 않고 맛과 냄새와 모양과 색과 소리와 음악에서 자유롭게 아름다움과 좋은 것을 느껴도 된다.
해야 할 일을 하고 해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이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된다. 항상 의미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내 삶의 자유를 누릴 자유가 생겼다. 뭔가 돈과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막연한 죄의식에서 벗어나 이제 절제와 변화 속에서 좋은 것을 즐기고 하고 싶은 것을 해도 좋다고 생각하니 참 좋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말을 타고 야영과 스키도 하고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배도 타고 수영도 하고 그렇게 즐겁게 살아야겠다. 이제 산사 스님들의 독경소리도 듣고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뚫고 들어오는 색감도 감상하고 그림과 조각품도 감상하고 봄 꽃 냄새와 여름밤 맥주 축제 느낌도 마음껏 즐겨도 되겠다.
마음 가는 대로 그렇게 자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