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자세
내가 글을 발표하고 책을 내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구독하는 작가도 없고 당연히 나의 구독자 수에도 크게 개의치 않으며 내 글에 대한 평가에도 초연하려고 노력한다.
건방지다고 생각할 분도 있을 것이고
어줍지 않은 내 글에 관심을 가지고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독자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다음의 이유로 집필 중에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지 않는다.
1. 다른 사람의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좋은 아이디어나 표현을 모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고 은연중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기까지는 글을 쓰지 않거나 읽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2. 나의 독창적인 작풍과 나만의 개성을 가진 문체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글이든 모든 예술과 창작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나름의 신선한 창의성이 없는 모방이라면 발전이 없고 죽은 것이다. 물론 작가들끼리 서로 영향을 전혀 주고받지 않을 수는 없고 이른바 思潮라는 것도 있지만, 작가 각자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새로운 내용과 표현을 끊임없이 추구하여야 한다. 이것이 예술이 가지는 어려움이자 아름다움이다.
3. 비교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기 위해서이다. 다른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자꾸만 내 글과 비교하게 된다. 때로는 우월감을 느끼고 때로는 자신감을 잃는다. 좋지 않다. 나도 사람인지라 이 치명적인 본능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하는 수없이 도를 통할 때까지는 다른 글 읽기를 자제하는 수밖에 없다.
4. 독자를 의식하는 글 쓰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구독자 수를 의식하고 책이 많이 팔리기를 바라며 인기를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독자의 비위를 맞추는 글을 쓰게 된다. 독자에게 외면받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고 검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최소한 인기에 영합하여 작품성을 팽개치지는 않기 위해서다.
5. 무릇 삶이 그러하듯이 글을 쓰는 일은 원래 외롭고 괴롭고 힘이 들면서도 기쁘고 보람된 순간들의 연속이다. 다른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에 기대고 거기서 힘을 얻을 생각은 처음부터 버려야 한다. 동료와 함께 갈 사람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또 그렇더라도 때로는 홀로 가야 할 때가 있음을 알고 그럴 용기와 힘을 기르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글과 삶을 만들 수 있고 언젠가 미련 없이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면서도 나만의 독선에 빠지지 않도록 질책과 양해와 관심을 보내주시는 독자 분께 감사한다.
독자가 없으면 작가도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아무리 몸부림을 치더라도 나의 글이 다른 위대한 학자와 선지식과 작가들의 훌륭한 성과에 그저 한 줌의 새로움을 보태는 것일 뿐이라는 것, 그러기만 해도 영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한편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마구 풀어낸다고 모두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 좋은 글은 좋은 삶과 경험과 연구와 숙고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와야 독자들과 더불어 공감과 깨우침과 감동과 희열을 나눌 수 있다. 그것은 억지 말장난이나 첨부 화상 등의 화려한 꾸밈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영원한 예술적 진정성이며 그래야 사람이 사는 세상을 보다 평화롭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결국 글을 쓰고 또 읽는 행위는 일상이라는 모래밭에서 지혜와 진리라는 빛나는 보석을 발견해서 아름다운 외양으로 새롭게 창조해 내는 멋진 일이다.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이 기쁨과 가치를 공유하는 작가와 독자가 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에 항상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