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 지켜

色卽是空 空卽是色

by 이윤수

사람들은 참 똑똑한 듯 하면서도 어리석다. 본능적이고 즉흥적으로 행동할 줄 밖에 모르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여 대비하고, 감각적으로 느낄 수 없는 추상적인 존재가 있다고 믿으며, 계획을 세워서 행동하고, 서로 의도적으로 협력 및 배반을 하기도 하는 능력을 갖추어서 그 힘으로 전 지구를 정복할 만큼 번성과 번영을 이룩했다. 하지만 아직도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는 데에 있어서는 동식물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의도적은 아니겠지만 식물들은 겨울이 올 것에 대비하여 광합성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름에 뿌리나 씨앗에 양분을 축적하여 겨울을 견디고 이듬해 봄에 새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동물들도 겨울잠을 자기 위해 먹이가 많은 여름에 지방을 축적하기도 하고 알을 낳아 겨울을 견뎌내기도 한다. 물론 인간도 김치를 담근다거나 곡식을 저장하고 고기를 훈제 보관하여 겨우살이 준비를 하는 등 확실한 미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준비를 하지만 조금이라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는 거의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문제가 터지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해결책을 찾느라고 고생을 한다. 그래서 미리 대비를 했더라면 훨씬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아예 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방할 수도 있는데도 그 '보험료'가 아까워서 즉 대비하는 수고를 하기 싫어서 현재 당장 문제가 없으면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고 자위하며 현재를 즐긴다. 물론 그 준비도 지나치면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치를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걱정 근심에 현재의 행복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대비가 지나쳐서 문제가 되기보다는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아서 탈이 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건강할 때 그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운동도 하고 식단도 조절해야지 마음 놓고 나태하게 지내다가 병이 나면 그때는 고치기가 더 힘들고 고통스럽거나 아예 치유가 불가능한 사례를 주변에서 많이 본다. 마찬가지로 집단의 안전도 평화로울 때 무기를 비축하고 훈련을 하고 치안을 유지해야 그것이 지켜지지 손 놓고 있다가 전쟁이나 소요가 발생하면 그때는 엄청난 피해와 돌이킬 수 없는 파멸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활에 있어서도 돈이 있을 때 절약하고 투자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 돈이 있다고 흥청망청 쓰다가 보면 나중엔 어떻게 해 볼 방법도 없이 비참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사랑을 포함한 인간관계도 서로 좋을 때 조심하고 서로 잘해야지 사소한 갈등들이 쌓여서 결국 곪아 터지고 나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좋은 게 좋다고 그냥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도 때로는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꼬치꼬치 따지기보다는 그냥 묻어두고 가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없진 않지만 그냥 그렇게 운에 맡기고 삶을 살아가기에는 우리의 삶과 세상이 본질적으로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간단하게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 내 상황이 별 문제가 없고 만족스럽다고 하자. 좋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항상 변하고 바뀌는 것이 세상의 아니 우주의 이치이니 언젠가는 곧 달라질 것이다. 그럼 더 좋은 쪽으로 달라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유감스럽게도 그 가능성은 '0' 이다. 왜냐고? 원래 인간과 세상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우주의 모든 존재는 엔트로피가 증가하여 에너지의 평형 즉 안정화로 갈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서 가만히 있다가 시간이 흐르면 배가 고파지고 장작이 다 타면 추워진다. 가만히 있는데도 배가 부르고 장작이 쌓이고 옷이 만들어지는 법은 없다. 안타깝지만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애써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지금 가지고 있던 것 누리고 있던 것이 사라지게 되어있다. 평화도 밥도 돈도 사랑도 건강도 생명도....언젠가는 곧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또한 설령 운이 좋게도 누군가가 도와주거나 누군가를 착취해서 지금의 좋은 상황이 유지된다고 해도 인간은 익숙해지면 싫증을 내고 불만이 쌓이고 더 많고 새로운 흥미와 자극을 찾는 존재이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모든 인간 앞에는 예외 없이 100% 불행과 부족과 불만과 고통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조금만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자명한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준비를 안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니 현명한 사람은 건강도 사랑도 돈도 평화도 생명도 차 한잔의 행복도 ... 그 무엇이든 그것이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누리기만 하지 말고 방심하지 말고 있을 때 지킬 수 있도록 항상 노력을 한다.

어떻게?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감사하고 낭비하지 말고 계속 노력해서 더욱 갈고닦고 쌓아나가면 된다. 이것이 말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가 않다. 사람은 당장 지금 눈에 보이는 것만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色卽是空! 모든 것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空卽是色! 항상 나태와 욕심을 버리고 삼가 성실해야만 행복을 누릴 수 있다.


(蛇足; 욕심을 버리고 가진 것에 만족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은 부분적으로만 맞는 말이다. 무한한 욕심은 버리고 가진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인간은 아니 모든 생명은 숨만 쉬고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아니 숨을 쉬고 이슬을 마시는데도 노력이 필요하며 유한한 자원을 소비해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집단인 사회는 경쟁이 필수적이고 상호 협력도 이익과 생존에 도움이 될 때 이루어진다는 이 엄연한 현실을 부정하는 이상주의는 그 주장이 아무리 달콤해도 반드시 파멸적 해악으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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