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찍는 사회

'처음처럼' 변화하지 않으면 독선이 된다

by 이윤수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체제인지는 사실 당시에는 구분하기가 싶지가 않다. 지금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도 나중엔 나를 배신하거나 속일 수가 있으며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사상이나 지도자나 인물도 사실은 거짓이나 선동으로 속임수를 쓰고 있을 수도 있고 당대에 효율적이었던 체제도 상황이 달라지면 다음 단계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엇이 진실이고 정의이고 진리인지도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와 시대적 과제에 따라 상대적으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드러나며 역사가 심판을 한다고들 하지만 사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잊히고 묻혀버리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다고 모든 것이 반드시 바르게 밝혀진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지나치면 불가지론이나 회의론, 무정부주의에 빠져서 가치 판단 자체를 포기하여 더욱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진실을 찾고 정의를 추구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계속해야만 한다. 아니, 절대적이고 영원한 진리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완벽하진 않을지라도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답을 찾고 거기에 안주하지 말고 또 끝없이 그것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명백한 악이 아니라 군림하는 선이다. 우리가 역사를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악이 시작은 좋았으며 존재하는 모든 것이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나 그것이 도그마가 되고 일부의 이익에만 봉사할 때 결국 다수에게 악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음의 선이 나중에 변해서 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가 변화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선이 '처음처럼' 변함없이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그것이 악이 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忠臣不仕二君 烈女不更二夫'라는 유교의 전통 때문에 변화를 변절로 매도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않는 것을 지조라고 미화하여 결국 다양한 창의와 새로운 발전에 장애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고 그 대표적인 예가 조선의 멸망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 집권세력과 그 동조자들은 50년 전 자신들이 믿었던 (이미 역사적으로 실패한 것이 입증된 공산주의를 지구 상 최악의 독재자 김일성이 변조한) 주체사상을 계명처럼 떠받들고 있고 주사파 교조 중의 하나인 신영복이 감옥에서 쓴 붓글씨 '처음처럼'이 유행어가 되어버려서 대중적 술 소주 이름까지도 점령하고 심지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한국관의 전시물에도 북한 간첩 출신 비전향 장기수의 붓글씨가 마치 한국의 양심인양 버젓이 전시되어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들을 절대선으로 믿고 반대의견과 비판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고 금지시키는 것은 그 주체가 오히려 악이라는 가장 명백한 증거이다. 역사상 어떤 개인이나 집단을 절대악으로 낙인찍고 그들의 권리 박탈을 당연시 여기는 체제는 반드시 그 결말이 좋지가 않았다. 히틀러는 유대인들에게 다비드의 별 낙인을 찍어 인간사냥을 했고, 진시황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학자들을 생매장하고 책을 불살랐으며 연산군은 자신을 비방하는 '언문' 사용을 금지시켰고 중세에는 죄인과 도망 노비 얼굴에 실제로 낙인을 새겼으며 남한 우파 정권은 반체제인사를 공산주의자라고 낙인찍어 탄압함으로써 오히려 지금의 좌파정권 탄생의 명분을 제공했고 스탈린과 마오쩌뚱 김일성 폴 포트 등 공산주의 독재자들은 예외 없이 수많은 반대파들을 숙청하고 이를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반동 척결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했다. 어쩐지 섬뜩하지 않은가? '반동 척결' '적폐 해소'...

또한 21세기 이후 미래 사회의 성패가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데이터 처리 능력의 발달과 그에 따른 정보의 대중화, 개방화의 성공 여부 그리고 다양한 창의력에 기반한 변화 발전, 그리고 그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에 달려있다는 점을 보아서도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부족하고 다른 견해에 대한 비관용과 탄압이 팽배해 있으며 각종 규제가 지나친 한국의 현재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명심해야 한다. 극좌나 극우의 멋진 구호와 작은 이익을 안기는 선동에 속아서 귀중한 자유와 인권을 팔기 시작하면 그것이 파시즘이나 공산주의 등 전체주의로 빠지고 결국 그 결말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극적이고 비참할 것이다.


[참고문헌;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칼 포퍼, 열린사회와 그 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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