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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Mar 03. 2021

엄마가 보여주었던 공허감

빈자리



엄마는 참 막내가 서운했겠다
막내는 막내를 낳고 기르고 결혼시키고
그 막내가 아가를 낳고
하나하나 하는 행동을 보고 말을 듣고서야
이제 엄마의 마음을 느낀다
많이 서운했겠다고
많이 답답하고 외로우셨을 거라고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다

막내는 새벽부터 청소를 했다
이 방 저 방 분주히 오갔다
문을 열고 환기도 시켰다
할 일을 찾아 이모저모를 살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알았다
드는 자리는 몰라도 나는 자리는 안 다는 속담이 떠올렸다
알 것 같았다
그 마음을 이제서야

엄마는 공허감을 메울 방법을 나름대로 찾으셨던 것이다
방바닥을 닦고 닦으셨다
몇 번이고
처음에는 먼저 방을 쓸으셨다
다음 하이타이 풀어 방 전체 방바닥의 오물을 깨끗이 닦으셨다
그리곤 다시 하얗게  빤 마른걸레로 방을 또다시 닦으셨다
몇 번이고 다시 닦고 닦으시고 하셨다
방바닥이 반짝반짝 윤이 났다
방이 빛났다

막내는 밤새 청소를 했다
청소를 하며 막내는 이제 그 마음을 좀 알 것 같았다
엄마는 아버지 떠난 공허감을 그리 달래셨다
텅 빈 공허감
온 가슴에 꽉 찬 말로 다 할 수 없는 허전을 그리 달래셨다
엄마가 살아가기 위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살아야 할 이유를 그리 찾으셨다

막내가 늦은 밤 수업 후 돌아올 때면
엄마는 정거장에 나와 어둠 속에

막내야 막내니

하셨다

어둠 속에서도 막내를 찾아냈고
아셨고
그리고 느끼셨다



대답하면 엄마는 어느새 곁에 와 계셨다
두 세대 이상 산 노모는 한 세대를 살아가는 또 앞으로의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영문학을 하는 막내가 끼고 살아가야 하는
한영사전 한영사전 이디엄 사전 한글 사전이 담긴
막내의 무거운 책가방을 받아

이내 노모는 기력이 다해가는

어깨에 메시고는 막내의 손을 잡고는 힘을 주어 집으로 향했다

그땐 정말 몰랐다
엄마에게 전부가 된 막내가
어찌 엄마의 공허를 외로움을 채워 드려야 할지를
아버지 떠난 빈자리를 채워야 할지를 몰랐다
엄마는 오로지 막내를 의지해 그 공허감을 허전을 외로움을 달래고 계셨다
그렇게 몇 년 외로운 외기러기가 되어 사시던 엄마는

아버지보다 그리 더 오래 살지 못한 엄마는

아버지보다 조금 몇 해 더 사신 엄마는
간다는
잘 지내라는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시고 세상을 떠나셨다

막내는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막내의 반쪽
남편이 비운 자리가 그 공허감이 이리 큰 것임을 안다
늦은 시간 전화가 왔다

눈이 아주 많이 왔다고
세 번이나 차바퀴가 도는 듯했다고
그리곤 운동하라고
몸조심하고 있으라고

남편이 들려주는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깊은 울림으로 마음에 남았다

큰 아이 아들이 침대 곁에 서 있다

늘 아빠가 하던 그 모습 그대로 큰 아이가 섰다
막내의 침대 머리맡에 선 막내의 큰 아이가

막내의 이불을 꼭꼭 눌러 살피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아빠를 대신한다
말은 없으나 큰 아이는 막내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막내는 큰 아이의 말없는 행동이 보여주는 마음을 보고 알고 느낀다

하루가 간다
2021년 3월 1일

평창 가는 길 폭설 속에 있는 사람도
빈자리를 느끼며

너무 텅 비어버린 둥지 속에 있는 사람에게도
하루라는 시간이 간다

밤새 남편의 곁을 지키고 함께 한 온통 흰눈으로 덮인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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