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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Jan 16. 2021

마음이 왔다

세상에 하나뿐인 사위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순식간에 엄마는

서 서방이야
하고 묻는다


사위의 대답이 곧 들려온다

부리나케 주방으로 가 레인지를 켰다
한쪽에는 국
다른 쪽에 닭강정
두 화구에서 불이 올라왔다
식탁에 수저를 놓고
아침 내내 만든 반찬을 올렸다
만든 반찬을...

9시 좀 넘어 반찬가게에 갔다
마음속으로 큰 아이와 사위와 우주를 생각하며
너무 일찍 간 가게에는 미처 찾는 반찬이 준비되지 마련되지 못했다
오후에 된다는 말을 듣고는 집에 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계란말이 생선까스 장조림 등
가족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사 올 수가 없었다

대안을 찾았다
일단 집에 있는 인스턴트로 몇 가지 반찬을 만들기로 했다
반찬을 만들며 사실 문호를 정애를 떠올렸다
그리고 경희와 영순이 그리고 경숙이를 떠올렸다
늘 반찬을 해주며 때론 즉석 음식을 보내주며 곁을 지키는 친구 후배들이다
아이런드 식탁 위에 반조리 식품들을 꺼냈다
즉석 해장국
즉석 강정
즉석 어묵
즉석 스팸
그리고 우주가 좋아하는 해달라고 말한 멸치는 정성을 들여 볶었다
하나하나 반찬을 만들어 식탁에 놓았다

집에 오는 대로 밥 먹으러 와

엄마는 사위에게 문자를 남겼다

검은 봉지를 들고 온 사위가 식탁에 앉았다
검은 봉지에 회색으로 CU라고 쓰여 있다
곧 엄마는 안다
서 서방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것을

아이고 왜 이것을 가지고 왔어 팔지 그랬어
아니에요 어머님 어머님이 좋아하는 마스크라 가져왔어요

엄마는 갑자기 알싸하게 목이 메었다
너무 잘 알기에
주로 사무실이 밀집한 위치에 있는 사위의 편의점은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해서
유동인구가 없는 곳이라 매출이 현저히 줄은 것을 아주 잘 안다

늘 안쓰러웠다
사위의 손도 발도
세상이 흔들리고 변화하는 상황에서 그 자리를 그곳을 편의점 운영을 지키고 있는
가장으로서의 무게감과 현실을 직시하는
서 서방의 모습이 늘 안타까웠다
엄마는 세상 물정 모르는 엄마는 자신의 자녀들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가슴이 아파 검은 봉지를 잘 보지 못했다
검은 봉지 안에는 마스크가 그득 담겨 있었다
마스크는 마음이었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
마음이 가득 담겨왔다

엄마는 국을 뜨며 눈물이 핑 돌었다
상을 차려주고는 서재로 향했다

어서 따스히 먹으라고
곧 보내야 할 메일이 있다는 말을 남기곤...
 
엄마는 감사했다
잘 만들지 못했어도
맛이 부족함에도
그저 맛있게 먹어주는 서 서방이 너무 감사했다

모두 시간을 지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마음을 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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