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적응을 하며

온라인 강의를 하다

by Michelle Lyu

변화에 적응하는 첫날


강의를 한다.

9개월의 쉼 후 첫 강의를 한다.

기다림이 너무 길고도 길었다. 결국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열게 되었다. 9개월의 시간을 주춤거렸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계속 마음 한편을 움츠러들게 했다. 작은 미물처럼 자신의 본래에 목소리를 잃어갔다. 숨을 쉬고 있다고 존재한다고 여겼으나 사실 굳게 정체되어 고여 있었다. 마음이 바닥을 친지 오래다. 코로나19는 전체를 넘어 한 개인의 삶의 온 시간을 무용하게 했다. 숨을 쉬고 싶었다


온라인이란 거대 화두가 수없이 자신 없고 용기 없어했던 새로움에 대한 도전으로 세상을 향해 강력한 변화를 요구했다. 서자 했다. 이곳저곳 강의 요청을 더는 주저할 수 없었다. 모든 미완도 버거움도 안고 가야만 했다. 가장 자신 다움이며 정체성인 그곳에서 스스로를 놓을 수 없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심연이 간절하게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 서야 했다. 강의 포스터가 올라오고 그때서야 현실이 주는 엄중함을 실감했다. 변화의 세상에 홀로 선 자신을 스스로 안쓰러운 깊은 눈으로 지켜봤다. 일상을 놓친 지 오래되었다.


노트북을 열었다. 그래 새로 시작이다. 이제 다시 그 자리 나의 자리에 선다. 힘을 주는 당신이 있기에 도저히 무너질 수 없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늘 눈을 감으면 떠오른다.


엄마가 몹시 그립다.


2020년 8월 27일 오후 3시, 허공에다 대고 인사를 했다. 온라인 강의를 연 첫날이다.

EP도서관을 찾아가는 길이 서툴어 긴장을 했다. 어쩜 길이 서툴러서, 낯설어서이기보다는 온라인 첫 수업을 여는 마음이 퍽이나 낯설고 어색해서였을 것이다. 이 마음을 아는지 남편이 식사하던 손을 급히 놓고는 데려다 줄 채비를 한다.


- 어디가

- 데려다주려고


강의 외출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이 시간을 아끼려 집 모니터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했다.

현관문을 열고 먼저 나가 남편이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부리나케 서둘러 신을 신으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단 둘만이 탐승한 채로 곧 지하 1층에 닿았다.

차키를 누르자 딸깍 소리와 함께 멀리 세워져 있던 차의 헤드라이트 붉은 불이 들어온다. 운전석에 앉은 남편이 노선을 검색한 티맵을 보려고 핸드폰을 연다.


- 언제 검색했어?

- 어제 당신이 물어보기에 해뒀지.


좋은 시간이다. 둘만의 시간이다. 마치 여행을 가는 것처럼 설렘과 기대와 긴장으로 목적지로 향했다. 나의 집, 위례에서 한 시간 이상이 걸려 EP도서관에 도착했다. EP도서관은 뉴타운으로 조성된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안내데스크에서 QR코드를 찍는다.

안내에 따라 강의실? 아니 영상강의가 세팅된 룸으로 들어섰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H선생님 이하 관계직원이 정중히 인사를 한다. 길 위에 인문학 첫 강의를 여는 날이고, 거기에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는 날이다.


1학기 내내 이런 서투름과 낯섦이 어려워 강의를 접었다. 코로나19가 주춤할 줄 알았는데 더 성해졌고 급기야 변화에 적응하는 길뿐이라는 선택지가 남았다. 2학기 모든 강의 요청이 온라인 강의를 원했다. 받아들여야만 했다. 선택지가 하나라면 이미 그것은 순응만이 정답이었다.


3시 정각 화면을 응시하며 허공에 대고 인사를 한다. 온라인 첫 강의!!! 강의를 시작하자 이미 처음이란 사실을 곧 잊는다. 수십 년을 해온 강의의 시간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열과 성을 다해 내용마다 진심을 담는다. 더러 수강자를 참여시키기도 하나 모두 수줍다. 대답조차 없고 한 두 명이 그래도 열심히 “네” 대답을 한다. 급기야 총책임자 H선생님에게 지문 읽기 하나를 부탁한다.

어렵다. 직접 보지도 대화도 할 수 없는 게 이리 “어렵구나!!! 이렇구나!!! 그래, 비대면이 이리 소통이 어렵구나!” 여겨진다. 허나 곧 자신이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며 평소대로 강의를 진행한다. 이미 벌써 하나도 긴장하지 않는다. 늘 하던 강의로 이미 마음이 편안해진다.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90분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강의 소감이 올라온다.

‘신세계예요. 공부하는 것 같았어요. 진짜 좋은 강의였어요. 수고 많으셨어요.’ 등 다양한 소감들이 보인다. 다음에는 더욱더 내용 하나하나에 또 자신의 마음에 정직과 성심을 다해 강의를 준비하자 다짐한다.

돌아오는 길 배가 많이 고프다.

강의하는 내내 외부에서 기다려준 남편이 90분을 기다리며 산책했다던 은평 한옥마을에 잠시 들른다. 힐링이다. 남편과 둘이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눈다. 남편은 굳이 묻지도 않는다. ‘강의 잘했어!’라고 ‘왜! 묻지도 않아?’ 하자 답이 더 걸작이다.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고 늘 최선을 다하잖아! 근데 뭘 물어!’ 무한 신뢰다.

감사합니다. 인도하시고 동행하시고 지키셨음을 믿습니다. 그래 늘 위안입니다.


EP도서관 그림과 문학 세 번째 강의를 마쳤다.

<우키요에> 강의를 마치자 바로 주르륵 올라오는 강의 소감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가장 나다운 나로 서있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한 시간 30분 강의, 온라인 강의다. 목이 컬컬하고 따갑다.

강의에 전심을 다하며 온 마음을 쏟는다. 모두에게 이 시간이 가장 성실하고 의미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전 03화그리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