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온라인이다

온라인이 언제나 긴장감을 유도하고

by Michelle Lyu

또다시 온라인이다.


눈이 내리는구나! 온 천지를 하얗게 물들이며...

2021년 1월, 작년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보냈던 기관에서 다시 강의 요청 문자가 왔다. 받은 문자의 내용을 보며 마음에 여전히 흰색으로 환함으로 수를 놓기는 역부족이었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안을 원했다. 이번 주 안으로 3회 차 강의안을 보내달라고 적힌 문자를 보고 또 보았다.

온라인 영상강의 녹화로 세 건을 해야 한다. 순간 긴 한숨이 쉬어진다. 대면이 아닌 비대면으로 혼자 하는 강의다. 강의안 콘티를 생각하고 생각했다. 이번 강의 요청은 문학이 아니라 영어다. Fairy Tale, 즉 원서 읽기를 ‘선생님의 좋은 목소리’로 녹화해서 보내달라는 요청이다.


먼저 강의안을 만들고, ppt로 옮기고, 검토하고, 수정하고, 녹화해서, 전송까지 일련의 강의 순서와 강의자료 만들기와 강의 콘티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콘티 과정이 진행되며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진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오전 내내 생각에 매여 있을 것이다. 일단 시작하는 시간까지...

어떤 대상이며, 어떤 얼굴로 수업에 임할지도, 어느 정도의 영어 수준인지도 정말 모른다. 다만 fairy tale만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명확하다. 고심한다. 내내. 어떻게 열어 풀어갈 것인지를...

드디어 날이 밝아온다. 오늘이라는 새 날, 새 날의 하루가.


하연 눈이 내리던 겨울이 지나고, 해살 따사한 봄이 오고 그리고 곧 울긋불긋 색의 향연을 느끼게 하는 가을도 들어서는 현재의 시간, 지금도 온라인, 원격강의가 계속된다.

y 교 특강을 마치다. 8번째 수업이다. 아침 8시 담당 선생님이 학교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온라인 강의로 해줄 수 있느냐고 문자를 보냈다.

ㅡ 가능해요.

짤막한 답을 쓰고는 곧 하루 일정을 체크했다. 일정이 만만치 않은 날이다. 오전 d고 강의가 있다. 오전 강의 후 이 선생님과 간단한 브런치 약속이 잡혀있다. 그 뒤 약속 장소 근처에 있는 피부과에 잠시 들러야 하고, 귀가하는 대로 바로 y교의 부탁대로 온라인 강의를 해야 한다. 그 외에 금요일 k 교 서류 챙기기 5건과 강의 계획서 쓰기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대략 급한 대로 적은 오늘의 일정이 5가지다.


아침을 먹고 선물 두 가방을 챙겼다. 한 해 추석 그저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ㅁ선생님 ㅅ선생님을 위한 마음 한 자락을 담은 선물을 챙기고 그리고 매일 교문을 열어주고 주차공간을 알려주시는 경비 아저씨를 위한 마음의 선물과 점심에 잠시 만날 이 선생님을 위해 준비한 에코백과 옷을 쇼핑백에 담았다. 그렇게 올 한 해 추석에도 늘 함께한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을 가방에 주섬주섬 담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늘 담당했던 오전 효손 우주의 어린이집 등원은 당분간 없다. 2주간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고운소리반 아이 엄마가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 그 반 유아가 모두 다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우주는 음성이었으나 같은 반에 같이 접촉한 다른 두 아이가 양성으로 나와 어린이집이 2주간 폐원이란다.

제자이기도 한 ㅂ원장이 얼마나 마음이 힘이 들까 싶어서 ㅂ원장에게 위로의 문자를 보냈다. 담담히 적은 감사하다는 문자를 받으며 다소 위안이 된다. 모두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 인내하고 있다는 마음들이 눈에 선하다


오전 강의 후, 만난 이 선생님은 보자마자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반가워서 좋다고 행복하다고 같은 말을 자꾸자꾸 반복한다. 짧은 만남이지만 기뻐하고 좋아하는 것이 얼굴에 가감 없이 드러난다. ‘짧아도 좋으니 보고 살자고, 보고 싶었다고, 좋다고 내내 같은 말을 계속한다.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 것 같다. 밥 먹고 간단히 차 한 잔을 나누고 다음 일정을 위해 짧은 만남을 뒤로하며 차 창문 열고 손을 흔들고 흔들며 헤어졌다. 사이드 미러 속에 멀리 보이는 이 선생님이 멀어지는 내 차를 보며 계속 손을 흔들고 있다. 반가웠던 마음이 그득히 보인다. 그래 아쉬움으로 흔드는 손이 더 크게 진동한다.


피부과에 도착하다. 다행히 원장님이 손님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예약을 했으니 누가 오는지 알고 있었다. 잠시 손질을 마치고는 원장님이 한 마디 하신다.

ㅡ 선생님은 늘 여전하세요.

ㅎ 웃고 후 하며 미소를 보였다. 20년 이상 한 곳을 다녔다. 원장 자녀가 초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고 군대에 갔으니 참 어지간히도 긴 시간을 한 곳에 다닌 셈이다. 다행히 시간이 얼마 소요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이제 귀가다. 차를 타자 열기로 데워진 차 안이 후꾼후꾼하다. 차의 시동을 걸며 동시에 문을 열었다. 열기를 잠재우려. 집까지 40여분, 운전을 하며 시간을 가늠하고 도착해 할 일을 머리에 새긴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시계를 봤다. 4시 5분 전이다. 주차장에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익숙한 운율인데 노래의 제목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개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기분이 좋아진다. 음악이 주는 힘이 이리 크다.

103동 앞에 서자 비번을 누르고 동 전체 현관에 들어선다. 다급함을 아는지 운이 좋게 바로 엘리베이터가 내려왔다. 타자마자 바로 28층 버튼을 눌렀다.


집 도착!!!

4시가 좀 넘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옷도 벗지 못하고, 제2 서재로 노트북을 옮기고, 거치대를 옮겨 놓고, 인터넷 선을 연결하고, 긴 전선을 연결하고, 핸드폰을 연결하고 두 개의 줌(zoom)을 켠다. 먼저 바탕화면에 강의안을 띄우고, 줌 화면을 전체보기로 놓는다. 이미 벌써 몇몇 학생들이 입장해 있다. 모두 인사를 한다.


4시 30분 정확히 강의 시작이다. 오늘 강의 작가는 서머셋 모옴(William Somerset Maugham)이다. <인간의 굴레>, <달과 육 펜스>, <페인티드 베일> 등 그가 쓴 모든 작품에 대해 짧은 코멘트로 91세 세상을 뜬 그의 필력사를 소개에 곁들인다.


강의 주제는 존재하는 자신을 찾는 여정이다. 즉, 현존이 주는 실체 속에 자아 자신 정체성의 구축과 함양이다.

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내용을 따라오며 스스로의 것으로 체화해가는 과정이 눈에 보인다. 온라인, 원격으로 하는 강의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보이는 모든 아이들이 보다 많이 분명히 한층 더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아니 확신한다.

‘오늘 서모셋 모옴을 마지막으로 이렇게 마지막 강의를 마친다’는 말에 곧 감사하다는 댓글이 주르륵 화면에 올라오는 게 보인다. 줄줄이


Y 교 담당 선생님이 강의 소감 문자를 남긴다. 길지 않으나 임팩트 있는 한 마디가 오래 가슴을 잡는다. ‘한 길, 영문학자로 오신 그 길에 존경을 담는다’고. 글은 늘 묘하게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말이 허공으로 흩어지며 허무를 낳는다면 글은 늘 가슴을 울컥하게 하는 진정성이 있다. 그래 늘 글에 사랑을 더 담는지도 모른다.

<담당 선생님이 보낸 문자>


존경이란 말을 들으며 k 교수님 스승님을 생각한다. ‘늘 내게 발전하라고, 한결같이 서라고 하셨던, 강사료가 얼마이건 많건 적건, 가장 자신다운 일을 하라’고 하셨던 스승님을 기린다.


지금 현재 난 분명 나다운 길을 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끊임없이 언제나 한결같게 변함없이. y 교 특강은 특별한 새 장을 열었고 그렇게 또 한 챕터를 지난다. 외부강사로서. 아주 분명하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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