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chelle Lyu Mar 13. 2023

첫 수업

수업 이야기

2023년 첫 수업을 했다. 교육기관에 도착하자 먼저 안내를 맡은 선생님이 기관장에게 안내를 한다. 잠시 기다리자 기관장이 손수 한 잔의 커피를 내려 내밀며 인사를 한다. 첫 만남에서 느껴지는 마음이 올 한 해 좋은 인연으로 함께 시간을 흐를 것 같아 흐뭇하다. 커피에 마음이 보여서다. 수업을 시작하자 가지런히 앉은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경청을 한다. 그 모습을 보며 평생 교육자로서 모토로 담고 있었던 알폰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장면이 생각난다. 마지막 수업을 첫 수업처럼 가슴에 새기며 듣던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 그 모습 속으로 마음이 향해간다.

첫 수업의 마음

첫 수업 준비를 하며  마음이 상당히 복잡했다. 작년  2학기 무려 둔촌고를 비롯하여 잠실에 있는 버들초를 포함하여 초 중 고  5 학교 강의를 했다. 강의는 원전(영어원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영화를 중심으로 영화로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유를 담은 문학 수업이었다. 누구보다 아쉬워하는 고교생 모두를 뒤로 하며 12월 마지막 수업을 하고 나왔던 기억이 너무 아련해진다. 첫 수업이 셀렘과 기대의 시작이라면 마지막 수업은 아쉬움과 아픈 이별일 것이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그러하듯이...... 그래 작년 수업은 더욱 아쉬움을 담아야만 했다. 예산 문제로 각 학교가 외부강사 채용에 제동이 걸렸고, 난감한 마음으로 학기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강사로서 아픔도 함께 느꼈기에 마지막 수업은 전심으로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다지고 담아내며 마지막 수업을 마쳤다.

마지막 수업 이후 거의 3개월이 지나 3월 13일 첫 수업을 열었다. 성인 수강생을 위한 강의 요청으로 1월 강의를 한 이래로도 2개월이 지났다.  강의하는 내용을 지켜보려 기관장 이하 여러 선생님이 교실 뒤에 자리했다. 수십 년을 강의한 사람이고 평소대로 수업을 했다.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교실 여기저기에서 '선생님 예뻬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시간 수업을 위해 외출 준비를 하고, 옷을 갖춰 입고, 차를 타고 교육기관에 도착해 수업을 했다. 수업을 마치자 "수업 너무 잘하시네요!" 한 마디를 건네며 기관장이 현관 끝까지 따라 나오며 배웅을 한다. 1년 내내 이 현관을 드나들 것이다.  진한 마음을 담은 첫 수업이 의미 있는 시간으로 서두를 열었다. 알게 된다. 주어진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삶을 잘 살아가는 의미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 수업

어떤 경우이든 수업을 듣는 사람도, 수업을 하는 사람도 마지막 수업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아쉬움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1871년 발표된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 1840~1897. 남프랑스 Nime 출생)의 <마지막 수업>(La dernière classe, The Last Lesson)이다. 이 작품은 1873년 <월요이야기>(Contes du Lundi)에 수록된 단편으로,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알자스와 로렌의 귀속문제로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프로이센과 프랑스전쟁이 벌어지던 때이다.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이 보여주는 내용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프랑스의 알자스주에 사는 소년 '프란츠'는 공부보다 들판에서 뛰어노는 것을 더 신나 하는 아이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학교에 도착한 프란츠는 평상시와 달리 엄숙한 분위기의 교실 풍경에 놀란다. 교단의 선생님은 평소와 다르게 정장차림이었고, 교실 뒷자리에는 많은 마을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아멜 선생님은 부드럽고 무거운 목소리로 오늘 수업이 프랑스어로 하는 마지막 수업이라고 말한다. 프랑스가 전쟁에서 패하자 알자스지방의 프랑스어 수업을 금지하고 대신 독일어를 가르치게 된 것이다. 프란츠는 그동안 프랑스어 공부에 게으름을 피운 자신을 마음속으로 자책한다. 선생님은 국어(모국어)를 굳건히 지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깨우쳐 준다. 학교의 괘종시계가 12시를 알리고, 프러시아 병사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자 선생님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쓰고는 수업이 끝났음을 알린다.

수업이 주는 가치

첫 수업이든 마지막 수업이든 수업이 주는 가치는 지대하다. 효손, 우주는 한국나이로 5살, 출생 연도 나이로 4살이다. 어린이집에 다닌다. 언제나 소중한 마음으로 우주를 바라본다. 그리고 늘 선생님들께 '잘 부탁합니다!' 인사를 건넨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2, 3, 4살 아이들의 생애 첫 인성을 담당한다. 모든 아이들이 부모를 보고 따라 하고 배우는 것처럼 대부분의 아이들은 제일 먼저, 어린이집 선생님을 통해 무수한 사회를 접하게 된다. 어린이집선생님들은 인성, 인격, 가치관 형성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를 담당하고 있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초중고를 다니게 된다. 형성된 인성, 인격, 가치관을 기반으로 해서 정체성 찾기를 통해 아이들은, 학생들은 자신의 길 찾기에 매 순간 맞닥뜨리며 성장해 간다. 그러하기에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수업은 어떤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해서는 안 된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의 입장에서 모국어를 빼앗기는 슬픔과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내 프랑스 국민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켰다. 수업을 통해 프란츠는 물론  마지막 수업을 듣는 모두에게 스스로가 누구인가를 깨닫게 하는 반향과 울림을 주었다. 학생들은 각자 인식적 깨달음을 체화하며 숙연하게 마지막 수업을 마친다.  

깨달음, 인식, 자아정체성, 길 찾기 등 수업을 매개로 한 가치와 의의는 한 개인을 형성하는데 너무나 중요하기에 한 순간도 소홀할 수 없게 각인하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역발상 트렌드 2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