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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Mar 17. 2023

결혼기념일

사는 이야기

'결혼기념일' 전날 16일, 봄, 날씨는 차가웠으나 햇살이 비치는 양지는 그런대로 따사로웠다. 남편이 아침부터 서두른다. 꼭 아들, 큰 아이 나이만큼 맞는 결혼기념일이다. 수십 년이 되었다. '월화수' 수업으로 시간을 낼 수 없었고, 3월 17일 결혼기념일을 맞아 남편이 준비한 선물은 16일 드라이브와 남한산성에 자리한 '낙선재'에서 한정식으로 점심을 함께 하는 일정이었다. 올해 기념일을 대하는 자세가 사뭇 달랐다. 아마도, 이는 서로 생의 순간을 진지하게 맞는 나이를 지나고 있어서라고 여겨졌다. 남편이 이끄는 대로 따르자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갑자기 결혼해 함께 시간을 걸어오며 서로가 나눴던 가장 귀한 소중한 선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순간, 오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The Christmas Present) 모든 대사의 의미들이 가슴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방문 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응시하며

결혼기념일 '선물'

많은 날이 지났다.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 지났다. 결혼해 오늘 이 순간까지...... 남편이 결혼기념일을 맞아 준비한 선물은 '마음'이었다. 무엇보다 진하고 귀한 마음이 느껴져 좀은 울컥했다. 둘이 남한산성 근처에 자리한 낙선재 주변을 산책했다. 신혼 때처럼 남편 팔에 매달려 발길이 닿는 대로 걸었다. 낙선재 주변은 공사로 분주했다. 망치질 소리가 크진 않았으나 리듬을 타고 잔잔히 울렸다. 조용한 산자락을 타고 낙선재 앞으로 개울이 흘러내렸다.

식사를 하는 공간은 조그만 기와집 건넌방 정도의 크기로 지어진 개별실이었다. 둘이 마주 앉았다. 방바닥은 따스했으나 외벽 창호를 타고 봄바람이 계속 들어왔다. 조금은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남편이 적가락으로 반찬을 연신 집어 밥 위에 놓았다. '이것 먹어 버라며......' 그냥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선물(膳物)이란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이나 또는 그 물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선물, 그 물건이 보이지 않는 '마음'일 때는 도저히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 없다. 가늠 불가능한 마음을 남편은 반찬을 하나하나 집어 '이것 먹어 보라며......' 표현했다. 남편과 나는 <크리스마스 선물>(The Christmas Present)의 델라와 짐이 되어 결혼기념일 '선물', 마음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큰 아이가 마련해 준 선물 '워터 핏'과 함께 귀한 마음을 가슴에 깊숙이 담았다. 

<크리스마스 선물>(The Christmas Present, 원제: The Gift of the Magi)

 19세기 미국 자본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섬세하고 인간애 넘치는 사실주의 단편소설을 썼던 작가 오 헨리(O. Henry)는 1906년, 가난한 부부의 진실된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크리스마스 선물>(The Christmas Present, 원제: The Gift of the Magi)을 발표한다. 

크리스마스 전날, 델라에게 있는 돈은 1달러 87센트가 전부다. 그러나 짐과 델라에게는 각자 소중히 여기는 것이 하나씩 있다. 짐은 아버지가 물려주신 금시계를 갖고 있고, 델라는 매일 정성스레 빗어 기르고 있는 찰랑거리며 윤기가 흐르는 머리칼이다. 델라가 1달러 87센트로 사랑하는 남편 짐에게 줄 선물을 사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델라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머리칼을 잘라 팔아서 짐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금시계에 어울릴 멋진 시곗줄을 산다. 집에 돌아온 짐은 짧아진 델라의 머리칼을 보고 어쩔 줄을 모른다. 짐은 델라의 머리장식을 사느라 시계를 팔아 버렸기 때문이다. 서로를 위해 소중히 여기던 가보를 팔아 마련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미 쓸모없어지고 만 것이다. 서로를 위해 준비한 선물은 쓸모없어지고 말았지만, 짐과 델라는 세상 무엇보다 고귀하고 값진 선물, 지상 최고의 선물. 마음을 주고받는다.

O Christmas Day! O Christmas Day!

Magical things can happen.

I believe in Chriclesstmas miracles.

Wishes and dreams can come true.

O Christmas Day! O Christmas Day!

Magical things can happen.

오 성탄절! 오 성탄절!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나는 Chriclesstmas의 기적을 믿습니다.
소원과 꿈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오 성탄절! 오 성탄절!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한 문체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전한 섬세한 오헨리의 마음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게 된다.   

오 헨리

O. Henry(1862년 9월 1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 - 1910년 6월 5일, 뉴욕 주 뉴욕 시)본명은 '윌리엄 시드니 포터'(William Sydney Porter)다. 오 헨리라는 필명에 대한 여러 가지 일화가 전해진다. 그중 하나는 헨리는 그가 기르던 고양이가 오 헨리라는 이름을 가져서 헨리라고 부르면 듣는 척도 안 하다가 오 헨리라고 불러야지 관심을 가졌다는 이야기이다. 또 교도소 복역 당시 교도소의 간수인 오린 헨리 이름을 따왔다는 설도 있고, 또한 그가 복역했던 오하이오 주 연방 교도관(Ohio penitentiary)의 첫 자음 끝 철자의 조합이라는 설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설이 교도관장 오린 헨리 이름을 딴 것이라고 전해진다. 이유는 교도소에서부터 오헨리라는 필명으로 꾸준히 단편소설을 발표하여 출판했기 때문이다.  

"오 헨리는 단편소설에 싱그러운 새 바람을 불어넣음으로써 단편 소설이라는 장르가 독자들로부터 받던 불신이나 모욕을 없애 주었다.”


"포가 단편 소설을 표준화하고, 호손이 그것을 우화 화했다면, 오 헨리는 그것을 인간화했다."라고 언급함에는 타당성이 느껴진다. 많은 오 헨리 수많은 단편 중에서도 <20년 후>는 너무나 소중히 읽은 작품이기에 한 번 일독을 권하고 싶다. 헨리가 보여주는 사상과 철학을 고스란히 이 한 편이 모두 느껴지게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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