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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Mar 19. 2023

바르셀로나

여행 이야기

바르셀로나 거리의 과일 상점

먼 나라, 이국에서 맞는 하루하루는 언제나 신선함과 경이감을 준다. 새벽, 여명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태양이 머리 위에 와있다. 태양이 뜨겁다. 숙소로부터 20여분쯤 지나 바르셀로나의 중심 카탈루냐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에서 낯선 이방인을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광장바닥에 떨어진 모이를 쪼아 먹던 ‘평화의 상징’ 비둘기들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빙 둘러 원을 그리며, 거리와 광장에 경계를 만들며 서 있는 한 점포에서 비둘기모이를 하나 샀다. 아무 편견 없이 반기는 비둘기들이 고마워서, 또 이국에서 이렇게 많은 비둘기들을 볼 수 있는 일이 흔하지 않기에 모이를 주고 싶었다. 모이 값은 2유로였다. 지금, 23년 오늘 '비둘기 모이 값은 얼마가 되었을까?' 생각을 하며 스페인 여행 이야기 두 번째 장을 열어 본다. 

바르셀로나 거리  

손바닥에 모이를 올려놓자 카탈루냐 광장 바닥을 분주히 오가던 비둘기들이 서로 밀치며 몰려왔다. 곧 봉지에 모이가 바닥이 났다. 바닥을 가득 메운 비둘기와는 대조적으로 중앙 분수대에서는 하얀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 위로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장난 삼아 팔을 뻗어 물줄기에 손을 대어보자 물이 손바닥에 닿자마자 주르륵 흘러내렸다. 시원했다. 광장에는 벤치에 앉아서 쉬거나, 광장을 거닐거나, 돌계단에 앉아 간식을 먹는 전 세계에서 온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붐볐다.


비둘기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자리를 떴다. 몇몇 비둘기가 아쉬운지 뒤따라왔다. 아마도 모이를 더 달라는 것 같았다. 광장을 조금 벗어나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걸었다. 마주치는 낯선 풍경들이 자꾸 발길을 멈추게 한다. 거리에 즐비한 수많은 낯익은 브랜드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라, H&M 등 늘 즐겨 입던 브랜드들이 세일 안내판을 걸고 '어서! 빨리 들어오라!'라고 유혹했다. 급기야 ‘자라’에 들러 재킷 하나를 정가의 반값으로 구입했다.




가우디와 함께 살아가는 바르셀로나 사람들 삶의 이야기



바르셀로나 거리를 지나가며 마주치는 스페인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게 된다. 환하게 붉을 밝힌 상점들과 카페. 다양한 옷차림을 하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떠들썩한 이벤트 현장, 일상의 거리로서 만나는 바르셀로나 도시는 다양하며 무수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우연히 한 어린아이가 식수대에서 물을 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까치발을 하고 식수대 가장자리를 잡고 물을 먹는 모습이 너무 앙증스럽다. 아이의 어머니는 그냥 조용히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 세상 어디를 가나 엄마가 자녀를 사랑하는 모습은,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마치 거리 전체가 모두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바르셀로나!!! 그래,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거리, 가우디의 건물, 가우디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의 표면을 통해 가우디가 전하는 도시를 느낄 수 있었다. 보이는 건축마다 외면이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모든 순간을 가치 내면화하는 데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고 것이 재확인되었다.




거리를 따라 걷다가 그냥 무심히 고개를 들기만 하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공공기념물에서 가우디의 철학과 숨결이 느껴졌다. 채석장이라는 뜻의 ‘라 페드레라’라고 불리며, ‘카사밀라’ 주거 공간으로 만들어진 주택은 건물전체가 파도를 치는 느낌이었다. 거기에다 카사밀라와 마주 보고 있는 ‘카사바드요’(https://naver.me/54Vdmhoe)는 바다를 형상화한 건축으로서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가 숨을 쉬는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카사 델스 오소스(Casa dels ossos)는 ‘인체의 집’이라고도 불린다.


새삼 가우디에게 진정으로 가장 특별했던 장소는 어디였을까 생각해 본다. 가우디가 자신의 모든 건축 중 단 하나를 지적하며 ‘이게 바로 나다’ 할 수 있는 자신의 가치와 삶의 철학을 가시화 한 건물은 정말 어떤 건축물일까 너무 궁금했다. 바르셀로나는 도시 자체로의 공간에 다면성이 집중되어 있었다. 스페인의 문화, 언어, 생활방식이 모두 그 공간 안에 어우러져 있다. 바르셀로나, 그 도시의 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조깅하러 나왔는지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걸음걸이가 아주 힘차다. 건강한 그녀의 걸음걸이를 한참 지켜보았다. 도시의 현재성을 느끼게 해 준 그녀의 모습은 활기찼다. 참으로 힘차보였다.




다시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길을 건너려고 건널목 앞에 섰다. 순간 너무 놀라서 두리번거렸다. 교차로 하얀 실선이, 짧게 단지 한 점으로 연결한 점선이 되어 쭉 한 줄로 뻗어있다. 그게 교차로였다. 다른 곳도 같은지 확인을 하고 싶었다. 역시 모든 곳의 교차로도 다 똑같았다. 교차로는 단지 모든 사람이 교차로라고 다 알게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고, 이미 그들은 교차로인지 다 알고 있는 것인데, 왜 굳이 길게 그려 페인트 값을 낭비하느냐고 스페인 사람들, 그들은 말한다. 그들의 실용성과 삶을 사는 철학이 교차로 ‘선’ 하나에도 여실히 보인다. 검소를 몸소 실천하여 미덕으로 만든 진정한 그들의 진중한 삶의 가치와 철학에 다시 놀랐다. 바르셀로나는 가치와 철학에 깊이 조우해 형성되고 조성된 실용성이 빛나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도시에서 떠오른 찰스 디킨스


천둥처럼 울려대는 폭음과 그에 잇따르는 불길이 도시 전체를 뒤덮는다. 건물들이 주저앉고 사람들은 이리저리 살길을 찾아 헤맨다. 흡사 제2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테러가 근저에 바르셀로나를 거칠게 훑고 지나갔다.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에 테러라니... 살면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살며 맺어온 관계망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정말 가능할까? 대답은 미완이고, 그 미완의 답은 오히려 대답을 할 수 없기에 더욱 숨을 죽이게 한다.


사람의 목숨을, 생명의 중요성을 망각하는 테러에서 오래전 마음에 품었던 의문 한 자락을 끄집어낸다.




목숨을 너무나도 하찮게 여기는 한 후작이 있었다. 코코아 한 잔을 마시려면, 뜨거운 차를 만들기 위해 요리사는 물론이고, 네 명이나 되는 하인이 더 필요하다. 초콜릿을 저어 거품을 낼 사람, 차를 탄 주전자를 방으로 들고 갈 사람, 귀족 나리께 냅킨을 건네줄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코아를 따라 줄 사람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고귀하신 분이 어느 추운 겨울날 전 속력으로 마차를 몰고 가다가 한 아이를 거리에서 친다. 요란한 바퀴 소리를 내면서 질주하던 마차가 서고, 어둠을 타고 비명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후작에게 마부가 "아이가 치었습니다"라고 답한다. 마차에 친 아이의 아버지가 울부짖자,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에브레몽드 후작은 그저 금화 한 닢을 아버지 앞에 툭 던진다.




“하잘 것 없는 물건 하나를 어쩌다 실수로 깨뜨렸으니 보상해 주면 그만 아니겠냐!'는 투였다.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중요한 원리를 잃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말할 수 없는 죽음의 세계와 말할 수 있는 생존의 공간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현재 삶의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도시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바르셀로나는 현재를 이야기하는 도시, 이야기를 가진 도시, 이야기를 하는 도시이다. 그곳에서 현재의 삶을 직시하며, 그 도시가 주는 철학을 음미하며 다채로운 경험을 얻게 된 것은 남아있는 나날에 큰 위안이 될 것 같다. 그래 다시 마음을 담아 다음 여정을 기대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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