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깊이 읽기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No Longer Human, 人間失格
다자이 오사무
한 남자가 보인다. 입을 꾹 다문 채….
그 한 인간이 작품의 표지를 장식하며 텍스트 전체를 관통하는 한 남자를 대변하는 듯 극도로 압축적이고 집약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클림트의 표현주의 스타일을 발전시키고 공포와 불안에 떠는 인간의 육체를 묘사하고 성적인 욕망을 주요 주제로 다루어 20세기 초 빈에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킨 화가,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걸작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의 남자다.
왜 그토록 고뇌하는 한 인간, 남자를 전면에 내보이며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을 표면에 내세웠을까?
<인간 실격> 첫 페이지를 열며 가슴은 벌써 호기심 어린 걱정으로 두근거린다. <인간 실격>은 한 인간 본연의 고통과 절망을 다룬 일본 문학의 대표작의 하나로 주인공 요조(葉蔵)의 삶을 통해 인간 소외와 자기부정, 파멸을 심도 있게 보여주며 많은 자전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작품의 주인공 오바 요조는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과 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을 "어릿광대"로 포장한다. 그는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해 익살스러운 행동을 하며 자신의 내면 깊은 고뇌와 상처를 감춘다. 요조는 사회의 규범과 기대에 끝내 부응하지 못한다. 그래 그는 계속 자신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는 성장하며 여러 차례 인간관계에 실패를 경험하고 그러하기에 술과 마약에 의존하며 점점 더 끝을 가늠치 못하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여성과의 관계에서도 자신을 이해받지 못하고 고립감을 느끼며 결국 자살 시도에 이른다. 하지만 요조는 자살에 실패하고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요조는 자신이 "인간으로서 실격"되었음을 절감하며 자신이 살아온 삶의 무의미함을 고백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내면의 공허감과 인간관계의 피상성에 너무나 괴로워한다. 이런 마음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항상 가면을 쓴 채 살아간다. 가면으로 그는 점점 더 고립감을 느끼며 사회적 부적응자로 살게 된다.
요조가 해내 보이는 타인의 시선을 위한 "연기"는 결국 삶의 본질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연기로 자신을 숨기는 요조는 끊임없이 자기부정에 빠지며 자아 상실의 과정에 이른다. 사회적 규범이나 가치에 순응하지 못한 요조는 인간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품는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성과 자신의 내면적 고뇌 사이에서 갈등하며 이런 상황이 그를 ‘실격된 인간’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타인과의 소통에서 끊임없이 실패하며 절망과 고립이 더욱 깊어진다. 그렇게 요조의 삶은 점점 더 어둠 속으로 빠져들며 사회와의 불화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자멸에 이른다. 요조는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허무함으로 결국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반복하며 파멸로 치닫는다. 요조는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이 회의하며 현대 사회에서 실존하는 "진정한 인간"으로 살지 못하고 오히려 "실격"된 인간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겪는다.
사르트르나 카뮈의 실존주의 철학처럼 사회적 조건 관계 안에서 인간은 한 존재로 규정되지만, 요조는 사회와 관계에서 더욱 자신을 상실한 채 살아간다. 그의 삶은 너무나도 비극적으로 실존적 위기를 겪는다. 인간 사회에서 소외되고 방황하는 주인공 요조의 내면적 고뇌와 자멸 과정을 깊게 느낄 수 있다. 그가 느끼는 심리를 의식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그의 타락과 무능력 죄책감에 대해 그가 얼마나 아프게 자조하며 인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된다. 결국 인간으로서 자격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이 내면적 고뇌와 사회에 대한 불안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담아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일기 형식으로 작품은 기록되었다. 이러한 일기 형식은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어릴 적부터 느껴왔던 인간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소외감, 자기 파괴적 행위들이 구체적으로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다.
<인간 실격>이라는 제목은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에 부합하지 못하는 인물을 가리키며, 사회적 실패자가 된 요조의 비극을 드러낸다. 그러나 '실격'이란 말은 꼭 부정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요조의 눈에 비친 사회의 부조리를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작품을 대할 때 요조의 내면적 갈등과 사회적 맥락을 염두에 두고 그가 왜 '인간 실격'을 선언하게 되었는지 깊이 성찰하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관건이 된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본명: 쓰시마 슈지)는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살 충동과 내적 갈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의 <인간 실격>(人間失格, No Longer Human)은 1948년에 발표된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작으로 작가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작품은 주인공을 통해 인간 존재의 어두운 면을 깊이 탐구한다. 다자이 오사무 그는 개인적으로 깊은 우울증과 많은 자살 시도로 고통을 겪었다. 한 남자, 한 사람, 한 인간으로 작가의 삶과 <인간 실격>을 연결해 읽으면 주인공의 고뇌와 방황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작가의 실제 내면을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들 대부분은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며, 특히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경험을 많이 반영한 것으로 내면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했고, 결국 작품 발표 이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잊을 수 없는 몇몇 문장들이 날개를 달고 암울하고 희뿌연 운무 속을 항해한다.
"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인간으로서의 나의 삶은 이미 끝났다."
"나는 항상 광대처럼 웃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에게는 더 이상 회복의 여지가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고 도는 운무 속 문장들이 지독히 가슴이 저리도록 아프게 다가온다. 이 문장으로 요조는 그가 느끼는 허무, 인간 소외와 자기부정, 파멸의 심리를 그대로 잘 드러내고 있다. 아니! 아니! 어쩜 이 모두가 모두 다 다자이 오사무의 마음일 듯하다.
다자미 오사무는 <인간 실격>을 통해 스스로 자신이 인간인가? 자격이 있는 인간인가? 또 아니 인간으로서 자격이 있는가? 실격자는 아닌가? 실격자여서 다른 것을, 볼 줄 모르는 것은 아닐까? 묻고, 묻고 되묻게 한다.
Human Lost. 그가 느낀 하나님과 유다에 대한 식견은 다시 한번 사람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한다. 실격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실격, 격식에 맞지 않거나, 또는 기준 미달이나 기준 초과와 같은 규칙 위반 따위로 자격을 잃는 것이란 뜻이 사전적 의미의 실격이다. 그런 의미의 실격을 인간 중심으로 두고 보면 어떤 상황이 될까? 사뭇 깊은 궁금증이 숨을 자조적으로 고르게 한다.
두 번 읽었다. 작년 2023년 5월 20일. 읽기를 마친 날짜가 책 간지에 기록되어 있다. 그 옆 페이지에 다시 오늘 날짜를 쓰며 소감 몇 줄을 남긴다. 2024년 10월 10일. 정확히 책에 기록을 남긴 것이 두 번이다. 아마 그보다 더 많이 읽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 2024년 12월20일 다시 그의 글들을 새긴다.
한 인간의 고뇌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 그 가련하고 여리고
가여운 사람. 그러함으로 인해 자신의 생에 대한 회피를, 맹렬한 삶의 순간을 무심을 가장해 무책임을 무마하려 한 그 한 인간, 그 한 사람 요조는 순수했기에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다 지나갈 것이다. 거듭 반복했던 그의 심연이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아픔에 상당한 출혈을 허용한다. 그의 깊고 치열한 고뇌를 인정할지 인정하지 않을지의 여부가 결국 다자이 오사무를 받아들일지 부정할지를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어느 쪽인가?
인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가?
아니면 인정도 하며 또 부정도 하는가?
가슴을 울리는 자문이 새벽부터 2잔의 커피를 불렀다. 아프다. 사회상 시대상 역사상 정치상 세계상 모든 것이. 그래 어쩜 난 요조의 고뇌를 인정하는 쪽으로 좀 더 기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