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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신

작품 깊이 읽기

by Michelle Lyu

작은 것들의 신 <The God of Small Things>

아룬다티 로이 <Arundhati Roy>

한 여인이 춤을 춘다.

그 여인의 몸매가 아주 가늘고 여리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두 손에는 하늘거리는 얇은 베일이 들려 있다. 엷고 붉은색의 베일은 하늘을 향해 있다. 베일을 잡은 손을 따라 손목을 두른 장식끈이 아래로 향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무엇을 염원하며 춤사위를 옮기는가?

<작은 것들의 신>은 서사적이고 풍부한 감정이 담긴 소설이다. 복잡한 시간 구조와 세밀한 묘사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쌍둥이 에스타와 라헬, 그들의 어머니 암무, 벨루타(하층민으로 차별받는 인물) 등 여러 인물과 그들 간의 복잡한 관계가 나타난다.

소설은 시간을 넘나드는 비선형적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현재의 결과를 먼저 보고, 이후 과거의 사건을 통해 그 원인을 이해하게 된다. 배경으로 인도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이 담겨 있다. 특히 인도의 카스트 제도, 여성 억압, 정치적 불안정성에 다양한 상징과 은유가 등장한다.

"작은 것들" 제목이 암시하듯, 소소한 사건이나 사물이 이야기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사소해 보이는 "작은 것들"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인간 본질에 대해 깊이 통찰한다. 소설은 문장이 아름답고 시적인 표현이 많다. 한 문장, 한 단락씩 천천히 읽으며 작가가 만들어낸 감정과 분위기를 느끼며 속도보다 깊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책에 담긴 주제와 메시지에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며 아름답고 동시에 감정적으로 강렬한 이야기이다.

배경은 20세기 중반 인도, 특히 케랄라(Kerala) 지방이다. 사회적, 정치적, 개인적 억압의 문제를 중심으로 가족과 공동체 내의 갈등을 다룬다. 케랄라(Kerala)는 인도 남서부의 위치한 열대 지방으로 풍부한 자연환경과 강한 지역 문화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 배경인 카스트 제도가 케랄라에서 강하게 작용하며 특정 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여전히 차별받는다. 이 지역은 공산주의가 가장 강력했던 곳이다. 1960~70년대 인도는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사상이 팽배했고 계급 갈등과 정치적 억압이 심했다.

아예메넴은 소설에서 주요 사건이 일어나는 작은 마을이다. 가족이 운영하는 피클 공장과 주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이 마을은 평화롭지만, 억압과 비극이 서려 있는 장소다.

등장인물로 쌍둥이 남매 라헬(Rahel)과 에스타(Esta/Estha)가 이야기의 중심 화자다. 라헬은 어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과거의 비극을 회상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 간다. 독립적이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에스타는 라헬의 쌍둥이 오빠로 과거의 비극적인 사건들로 인해 침묵에 갇혀 살아간다. 어릴 적 트라우마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쳐 그의 삶과 성격이 형성된다.

라헬과 에스타의 어머니 암무(Ammu)는 사회 규범을 거스르고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는 인물이다. 이혼 후 벨루타와의 사랑은 마을과 가족으로부터 강한 비난과 억압을 받는다. 벨루타(Velutha) "만질 수 없는‘(untouchable) 계급인 달리트로 불가촉천민 출신의 남자로 암무의 사랑을 받는다. 뛰어난 목수이자 마음이 따뜻하지만, 카스트 제도의 희생양이다. 둘의 사랑은 로맨스라기보다 사회적 억압과 차별에 대한 저항이다. 그는 구조적 불평등과 폭력의 대변자다. 라헬과 에스타의 아버지 바바(Baba)는 알코올 중독자이며 무책임한 태도로 가족을 떠난다. 맘마치(Mammachi)는 암무의 어머니로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다. 그녀는 남편에게 억압받으면서도 가부장제의 논리를 따른다. 차코(Chacko)는 암무의 오빠로,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지식인이지만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 그는 영국 여성과 결혼했으나 이혼 후 고향으로 돌아온다. 코참마(Helen Kochamma) 암무의 고모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전형적인 보수적 인물이다.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가족에게 권위적이다. 종종 위선적이며, 기존 사회 질서를 옹호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소피 몰(Sophie Mol) 차코의 영국인 전 부인의 딸로 라헬과 에스타의 사촌이다. 그녀의 방문과 비극적인 죽음이 이야기의 전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갈등으로 빚어지는 암무와 벨루타의 관계는 인도 카스트 제도의 엄격한 사회적 규범을 위반하며, 금지된 사랑으로 비극의 중심 원인이다. 차코와 암무의 대립, 코참마와 쌍둥이들 간의 긴장은 이야기 내내 반복된다. 등장인물들은 전통적 사회 구조가 주는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 자유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며 억압당한다.

<작은 것들의 신>은 단순한 가족 드라마 이상의 다층적이고 복잡한 관점과 깊이를 지니며, 인도의 사회적, 정치적 현실과 개인의 고통이 교차하는 이야기다.

관점을 주도하는 쌍둥이 라헬과 에스타의 어린 시절 경험이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이 관점은 사건을 순수하고 직감적인 시선으로 묘사하며 복잡한 현실이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종종 단편적이며 감정적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진실과 비극을 드러낸다. 성인이 된 라헬은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어린 시절에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재해석하고 연결한다. 성인이 된 그들의 사유는 더 복잡하고 분석적으로 당시의 사건들이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이야기 전반에 걸쳐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벨루타의 삶과 죽음은 인도의 계급 차별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깊이 뿌리내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족 내 갈등과 억압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억압적인 사회 구조의 축소판이다.

카스트 제도는

인도의 전통적인 사회 계층 구조로, 사람들을 출생에 따라 다양한 계층으로 나눈다. 이는 힌두교의 종교적 교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수천 년 동안 인도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체계다. 카스트 제도는 현대 인도에서 법적으로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영향을 미치며 크게 바르나(Varna), 자티(Jati)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된다.

바르나(Varna)는 힌두교의 고대 경전에서 유래한 네 가지 주요 계층이다.

1) 브라만(Brahmin): 사제, 학자, 종교 지도자. 지식과 종교의식 담당

2) 크샤트리아(Kshatriya): 왕족, 전사 계층. 정치와 군사 분야 담당

3) 바이샤(Vaishya): 상인, 농민, 사업가. 경제 활동과 생산 담당

4) 수드라(Shudra): 노동자, 하인. 다른 계층을 위한 서비스 제공

자티(Jati) 바르나보다 더 세부적인 개념으로, 실질적인 카스트 제도는 자티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자티는 직업, 지역, 언어에 따른 세분화로 수천 개에 달하는 작은 집단으로 구성된다.

이 외에 불가촉천민(Dalit)으로 카스트 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최하위 계층으로 "하리잔(Harijan)", "달리트(Dalit)"로 불린다. 과거에 불가촉천민은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심각한 차별을 받았다. 현대 인도에서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지원과 혜택이 주어지고 있으나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카스트 제도 작동 방식은 1 출생에 따라 결정되고 개인의 직업, 결혼, 사회적 지위를 제한한다. 2 혼인은 대개 자신과 같은 카스트 내에서만 결혼이 허용된다. 3 종교적으로 힌두교의 각 계층이 수행해야 할 의무인 다르마(Dharma), 과거의 행위가 현재의 계층을 결정하는 카르마(Karma) 개념으로 카스트 제도를 정당화한다.

1950년 인도 헌법은 카스트에 기반한 차별을 금지했다. 달리트 및 기타 소외 계층을 위해 교육, 고용, 정치에서 할당제를 시행하고 도시화와 경제 발전으로 카스트가 축소되었으나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카스트 제도는 긍정적으로 과거에는 특정 기술과 직업을 보존하고 사회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허나 부정적인 면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의 고착화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한다. 현재의 과제로 카스트 기반 차별을 완전히 근절하는 것, 경제적 불평등 해소, 지역 및 사회에서의 인식 변화가 대두된다. 카스트 제도는 인도 역사와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나 현대 사회에서는 평등과 인권의 관점에서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작은 것들'의 상징성으로

어린아이 관점에서 보이는 사소한 일들(장난감, 날씨, 시선 등)이 큰 사건과 감정을 연결하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 작은 행동과 선택들이 거대한 비극을 낳으며, 삶의 세부적인 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작은 것(강, 피클 공장, 부서진 장난감 등)이 이야기의 핵심 주제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소피 몰(쌍둥이의 사촌)의 비극적인 죽음은 이야기 전개의 주요 사건이자 핵심 사건이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은 비극의 원인과 억압적 구조를 이해하는 열쇠다. 소피 몰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갈등이 폭발한 결과다.

벨루타와 암무의 관계로 인해 쌍둥이는 배신과 가족의 복수심에 희생된다. 벨루타의 죽음은 개인적 비극을 넘어, 억압적 사회 구조의 본질을 드러낸다. 라헬과 에스타가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장면은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과거의 비극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그들의 재회는 완전한 화해가 아니라, 트라우마의 지속과 삶의 여운을 남긴다.

생각해 볼 논제

"사랑은 왜 억압당해야 하는가?"

"사회 구조는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작은 행동과 선택이 큰 비극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도 치유될 수 있는가, 아니면 영원히 남는가?"

작가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 로이는 현대 문학과 사회운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도 출신의 작가이자 사회운동가로 <작은 것들의 신>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 계급 차별, 여성 억압 등 다양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다. 이 작품은 그녀의 첫 소설로, 1997년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그녀는 환경 문제, 정치적 억압, 사회 정의 등을 다루는 활동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작은 것들의 신>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인도 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아룬다티 로이는 1961년 11월 24일, 인도 메갈라야주 실롱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메리 로이는 케랄라 출신의 시리아 기독교도이며 여성운동가이자 학교 설립자다. 아버지는 벵골 출신의 힌두 차 재배 농장 관리자다. 부모의 이혼 이후 케랄라로 이주하여 어린 시절을 전통적인 시리아 기독교 공동체 속에서 보냈다. 델리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 공부 중 만난 디자이너와 영화 제작자들과 교류하며 예술적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영화와 TV에서 조연으로 활동했으며, 영화 Annie Gives It Those Ones의 각본을 집필하여 주목받았다.

<작은 것들의 신> 1997년 맨부커상(Man Booker Prize) 수상했다. 이 상으로 로이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며, 비평가와 대중의 극찬을 받았다. <작은 것들의 신>, 케랄라주의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인도의 카스트 제도, 가부장적 억압, 금지된 사랑, 트라우마를 다뤘다. 강렬한 시적 문체와 독특한 서사 구조로 독자와 비평가를 매료시켰다. 소설은 단순한 문학 작품을 넘어, 인도 사회의 억압적 구조를 비판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의가 있다.

로이는 작은 것들의 신 이후 장편 소설보다 비문학 분야에서 더 많이 활동했다. <The Ministry of Utmost Happiness, 2017> 두 번째 소설로, 사회적 소외를 다루며 인도와 전 세계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탐구해 냈다. 이 작품은 비평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맨부커상 후보에도 올랐다.

로이는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사회운동가로서의 관점을 담은 에세이와 논픽션 저서로도 유명하다. <Field Notes on Democracy: Listening to Grasshoppers, 2009>, <Capitalism: A Ghost Story, 2014>, <Walking with the Comrades, 2011> 등은 환경, 인권, 반세계화 운동, 카스트 제도 비판 등 그녀의 비문학 작업은 그녀의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을 결합한 결과물이다.

로이의 세계관과 철학은 사회적 약자와 연대 강조, 반자본주의와 생태적 사고 비판, 비폭력적 저항을 지향한다. 로이는 간디의 비폭력 저항 정신과 유사하게, 폭력에 의존하지 않는 변화를 추구한다. 그러나 간디의 철학을 무조건 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으며, 간디주의의 한계(특히 카스트 문제에 대한 소극적 대응)를 비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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