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ye and the Snow

삶의 숨결

by Michelle Lyu

눈을 깜박인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또다시 깜박인다. 글자가 흐리게 눈에 들어오다가 바로 뿌옇게 흐려진다. 순간 활자가 잘 보이도록 책을 들고 눈의 거리를 조정한다. 눈앞에 가까이하다가 다시 눈에서 멀리. 흐린, 뿌연 눈을 계속 깜박이자 조금씩 서서히 책의 글자가 보인다.

눈 수술을 한 지 일 년이 지났다. 백내장과 함께 심해진 난시를 교정하는 렌즈 삽입 수술을 했다. 일 년이 좀 지났고 어느새 벌써 눈은 아주 정확히 선명하게 잘 보인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 여러 면에서 불편하다. 렌즈 삽입 수술 후 희뿌예지는 눈을 다잡으려 의사 권유로 다시 레이저 수술을 했다. 두 번의 수술을 거쳤으나 결코 원래 지녔던 눈처럼 잘 보이거나 편안하지가 않다. 새벽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온 집안을 휘감고 있는 어둠을 타고 거실 불을 켠다. 불을 켜고는 바로 인공눈물 하나를 열어 눈에 넣는다. 그러자 흡사 안갯속을 헤매는 듯하던 흐린 눈이 밝아진다.


그녀는 무언가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머릿속에 온통 잠실 친구를 생각하며 걸음을 분주히 옮겼다. 친구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잠실 친구가 암이라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마음이 극도로 가라앉았다. 한시라도 빠르게 아픈 친구를 빨리 찾아보고 싶었다. 바쁜 마음으로 그저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했다.

건널목에 다다랐다. 이 건널목만 건너면 친구가 사는 잠실 아파트에 가닿는다. 마음은 이미 친구에게 가 있었다. 급히 건널목에 오른발을 내딛는 그 순간 무언가가 무섭게 달려온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버스인지 택시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손에는 지난주 큰 사위가 직접 지어다 준 보약이 들려 있었다. 두 손으로 꽉 부여잡고.


초겨울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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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akespeare " 전공. 나에 대한 생각, 타인에 대한 이해, 사회를 보는 길이 바로 문학이라 생각한다. 내게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며 타인에게 향하는 창이며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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