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숨결
소멸일까? 소생일까?
식탁에 아침을 먹고 나간 흔적이 그대로다. 단 한 번도 자발적으로 뭘 치워보지 않는다. 언제나 뒷정리는 여자 아내의 몫이 되었다. 그리 40년 이상을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전혀 변화가 없다.
엄마 노릇 아버지 노릇 다 해준다는 결혼 초 약속은 이미 예견한 대로 헛말이 되어 허공을 떠돈다. 자신이 아닌 늘 그러한 다른 상대의 행동을 보며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 사람이 정말 아무것도 생각 못 하는 걸까?’,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걸까?, '그도 저도 아니면 전혀 어떤 일도 알지 못하는 걸까?’에 대한 의구심이 매일 증폭한다.
이해를 동반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하나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스스로가 만들어준 타성일 거라는 생각에 이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40년간 변화 없는 항상 같은 모습을 보게 되며 상대의 이기심만이 작동해서라고 내모는 것은 좀은 억지가 있다. 한발 물러서 그 모든 상황에 대해, 물론 몰라서 그런다는 전제를 담아 양보와 겸양을 내세워도 결론은 언제나 이해 불가라는 귀결에 도달한다.
막내는 늘 곰곰 생각한다. 생각만이 자유이기에.
참으로 외로웠다. 극도의 이기와 자기애로 충만한 모두를 보며 막내는 조금씩 죽어갔다. 조금씩 일상 삶의 소멸을 겪으며 막내는 누군가를 위한 헌신이나 희생을 최고의 덕목으로 모토로 전생을 사셨던 엄마를 닮아 가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 목격한다. 요사이 스스로 꼭 엄마 세상 떠나신 바로 그날 이후처럼 마음도 생각도 행동도 죽어갔다. 어느 한순간 목숨이 죽음이 급작스레 자신을 닥쳐온다 해도 초연할 것을 알았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고 여겼다. 내일 죽어도. 또 엄마처럼 급사를 해도 괜찮다고 여겼다.
삶! 질질 끌며 살고 싶지 않았다.
생
다만
늘 날마다 철이 없어지는 반쪽
세상에 누구보다 귀한
큰 아이 아들, 작은 아이 딸, 세상 하나인 서 서방과 효손 우주에게 누도 해도 짐도 안 되게 살다 가고 싶었다.
오직 그 한 가지만을 가슴에 담았다.
하나님 당신은 다른 것은 다 모른다 해도 얼마나 부단히, 열심히 노력하는지 알 거라고 여겼다. 우는 날이 너무 많았다. 참으로 많았다. 위선과 거짓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마음 다침으로 다운되는 나날이, 그때마다 스스로 추슬러야 하는 자신이 무척이나 고단하고 버거웠다.
요사이 언제나 무심코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며 숫자를 세워 본다. 의식적으로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계단을 내려간다. 평소답지 않은 행동이다. 지금 지하철을 타러 가는 중이다. 자연스레 계단을 내려가며 그때마다 숫자를 헤아린다. 계단을 헤아리는 의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통찰로 이르는 굳건한 자의식을 세워감을 확신한다.
막내는 머리가 하얘지며 엄마를 더욱 생각했다. 옷을 타 염색을 할 수 없었던 엄마의 희끗희끗한 회색 머리가 떠올렸다. 또, 임플란트를 해 넣을 때도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이 났다. 언제부턴가 신체 부위 하나하나가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치아에 문제가 생겼다.
‘아! 엄마가 이랬구나!’
엄마는 음식을 먹고 나면 틀니를 빼어 투명 유리잔에 담아 놓았다. 무색의 물이 담긴 유리잔에 선홍색 인공 잇몸을 만들어 가지런히 수놓아진 이로 형성된 엄마의 틀니가 담겨 있었다. 틀니가 담긴 유리잔 수면에는 언제나 물방울이 방울방울 일었다.
막내는 눈 수술을 하며, 그제야 '엄마는 그때 잘 보였을까'하는 생각이 죄의식으로 다가와 온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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