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 모임

삶의 숨결

by Michelle Lyu

모두 한 여인을 기리는 그 순간으로.

이번 모임 주최자는 집안 맏이의 첫째 부부 내외다. 오랜 날에 걸쳐 만남 일정이 조율되었다. 처음 정해진 일정이 질부의 골프 후유증 원인으로 어깨 수술 날짜가 정해져 연기되었다. 다시 일가 공동 톡 방에서 모두 가능 일정을 표시했다. 다시 정해진 두 번째 날도 둘째의 첫째 화진이가 회사 중역 부부 동반 골프 일정으로 인해 또다시 연기되었다. 두 번 다 골프 건으로 일가 모임이 지연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만나기로 모임 날이 확정되었다. 이전 만남으로부터 근 일 년만이다.

25년 3월 8일 토요일 12시 점심이다.

장소는 성수 바오젠.

성진이가 강남에서 이사와 성수에 자리 잡고 산 세월이 꽤 오래되었다. 모임 장소를 성수로 하자고 제의했고 그 의견에 일가 모두 동의했다.

바오젠은 성수역 1번 출구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막내는 큰 아이 아들과 함께 모임 참석을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오전 11시 좀 지났다. 하늘은 파랗다기까지는 아니나, 그런대로 맑고 평화로웠다. 위례에서 성수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아들이 검색한다. 큰 아이와 둘이 위례 호수공원을 거쳐 장지역까지 걸어가 지하철을 타는 방향으로 잠정 합의한다. 시간을 재며 장지역까지 걸어간다. 빠듯한 시간 탓에 발걸음을 좀 빠르게 옮겼다. 머리 위로 내비치는 환한 햇살이 참으로 좋았다. 오래 못 본 일가의 얼굴을 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좀 흥분되었다.

검색 결과 장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잠실에서 갈아타는 게 가장 빠른 노선으로 표시된다. 큰 아이는 환승 구간이 빠른 탑승 칸을 바로 찾아내고 엄마 손을 잡아 바삐 이끈다.

장지에서 잠실까지 지하철로 10여 분이 걸렸다. 잠실 환승 구간에 선다. 그 순간 올케언니네 둘째 희경이가 핸드폰 화면에 뜬다.

“고모! 어디야?!”

“어, 그래, 휘경아! 지금 잠실에서 지하철 환승 중이야. 곧 도착할 거야.”

“난 엄마랑 약속 장소에 도착했어. 근데 고모! 우리 자리가 어디야?”

“글쎄! 성진이 이름으로 예약되었을 거야. 카운터에 물어봐. 윤성진으로 예약된 자리 찾아서 앉아 있어.”

“그래요. 알았어요. 고모! 빨리 와요.”

“그래......”

올케네 둘째라고 쓰고 말하며 선택한 어휘, 명사, 언어, 호칭에 대해 스스로 흠칫 놀란다. 이는 이제 세상 뜨신 오빠를 중심으로 한 ‘오빠네’라고 귀속 명칭을 부르는 것이 무척이나 낯설어진 지 오래되어서였을 것이다. 그래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올케네’라는 일가 소속 명칭을 쓴다. 지금은 ‘올케네’ 그 어휘가 늘 오빠네를 언급할 때마다 바로 툭 튀어나온다.

전화를 마치고 환승 노선 2호선 지하철에 오른다.

2025년 3월 8일 오후, 지하철 승객의 모습 모두가 다 너무나도 흡사하다. 모두 핸드폰만을 주시하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정형화된 틀에서 단번에 찍어낸 같은 복사품인 듯하다. 승객들은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있다. 그런 그들의 식별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이어폰 색깔뿐이다. 21세기 AI가 모든 대화 속 중심이 된 세상에서 이어폰 색깔로 사람을 구분하는구나 여기며 마음이 묘하게 찜찜하고 씁쓸하다.

옆에 선 사람의 핸드폰 화면이 우연히 눈에 들어온다. 화면을 흘낏 들여다봤다. 대통령 윤석열의 얼굴이 보인다. 이쯤이면 이들이 귀 기울여 듣는 뉴스가 무엇인지 직접 물어보고 대답을 듣지 않아도 정확히 가늠된다. 모두가 똑같은 뉴스에 집중하고 있다. 분명한 결말 없이 지리멸렬하게 지속되는 뉴스에 가슴이 답답하다.

지금 25년 3월,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정치적 이슈가 몇 달째 계속 매스컴을 비롯해 신문의 일면을 장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정치권은 안타깝게도 탄핵 찬반으로 점점 짙게 분열되어 간다.


‘어느 한 편이 옳고 또 다른 한 편이 잘못이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 사실 이슈에 대해 말하고 싶은 마음도 그다지 없다. 다만 명치끝이 아프게 ‘다만’이라는 단어가 목울대를 울리며 심연을 파고든다. 이 다만은 그저 다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끝이 묘연한 이런 상황을 매일 바라봐야 함이 사뭇 가슴이 쓰리고 저려서다. 모두가 말하는 진짜 나라 사랑, 국민 사랑은 어디에 존재하는지 참으로 알고 싶다.

요사이 좀 생동하는 활기로 찬 하루를 맞고 살고 싶다는 갈망이 가슴을 파고든다. 그런 삶을 갈구한다. 살아 있음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러한 순간이 근래 별로 없다. 그럼에도 그런 순간을 늘 고대한다. 대한민국 시공간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는 현재의 삶이 극도로 암울하다. 살고 있다고 살아 있다고 극명하게 언급할 수 없다. 지금을 지나는, 현존하는 삶이 정말 암울 그 자체이다.

드디어 성수역 1번 출구로 나왔다.

약속 장소 바오젠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성수동. 서울을 뜨겁게 달구는 성수동은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공간에서 뜨겁게 떠오르는 태양이 되었다.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장소답게 수많은 외국인의 발길이 분주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명징하게 떠올른 성수가 다양한 변화와 이슈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잡는다. 순간 이 모든 빠른 변화 속에 있는 우리나라의 위상과 앞날이 좀은 걱정된다.

현재 성수를 구성하고 있는 독특한 문화와 개성적인 공간들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빠르게 부른다. 길을 지나며 들려오는 무수한 다국적 언어들이 하늘에 흩어진다. 일부 상점에서는 한국어보다 영어를 우선으로 사용하는 현상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성수동에 움직이는 관광안내소'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새로운 서비스로 도입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그 말대로 자전거를 탄 안내자들이 주요 명소를 순회하며 지역 정보를 제공한다. 다양한 소식과 공간을 소개하는 '성수동 라이프'와 '성수 교과서' 같은 계정들이 젊은 층을 사로잡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관심이 성수의 지속적인 발전과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이슈를 계속 불러일으킬 것으로 여기며 생각 많은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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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akespeare " 전공. 나에 대한 생각, 타인에 대한 이해, 사회를 보는 길이 바로 문학이라 생각한다. 내게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며 타인에게 향하는 창이며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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