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그 순간으로

삶의 숨결

by Michelle Lyu

모두 그 순간으로

오류의 시작이다.

오열하듯 흐르는 막내의 눈물이 일가 모두의 사유 속에서 누군가에겐 시어머니를, 또 누군가에겐 엄마를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할머니를 불러내었다. 흐르는 눈물이 모두의 사유를 빨아들이며 오로지 그 한순간에 멎은 듯했다. 흔히 누군가를 기억하며 각자 자신에게 떠오르는 내용이 타인과 같지 않을 때 기억의 오류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류라고 하기에는 일가친척 각자 개개인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이 너무 생생하고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생각이나 기억의 오류가 아니라 일가 각자에게 깊고 깊숙하게 견고히 각인된 변하지 않는 한 여인, 김옥단에 관한 기록이라는 말이 옳을 듯하다. 그녀에 대해 느끼는 그녀의 숨결이 주는 모든 기록이 명확하고 분명하게 그녀가 떠나시던 그 순간의 기억으로 깊이 재현되었다. 오류란 인간의 기억이 실제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거나 변형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는 기억이 단순한 녹음기처럼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재구성되기 때문임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로 일가 모두가 각자의 입장으로 불러내는 그녀 김옥단의 기억은 충분한 자의식을 동반한 각자 자신만의 기록이 된다.

바오젠에 앉은 일가는 음식을 넘기며 모두 각자가 기억하는 시선과 관점으로 고독했고 숭고한 한 여인, 한 사람을 불러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성진이였다.

‘아! 할머니 정말 많이 생각난다......’

그 한 문장은 모두가 가슴에 묻고자 했던 가슴 아픈 깊은 기억이 즉각 소생되어 아련함으로 그날의 사건을 되살려냈다. 모두 알고 있었다. 누군가의 기억이 가장 옳은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모두가 다 같이 불러내는 기억 속 한 사람, 오직 그 한 사람이 너무 소중하고 중요했고 귀했다.

누군가의 할머니

엄마로

시어머니로

그 한 사람이 일가 가슴 속에서 회상이란 날개를 펼치며 불리어졌다.

그녀의 셋째는 수저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딸 중 둘째이자 집안의 셋째 그녀가 불러내는 어머니에 관한 기억은 늘 마지막 말이었다. 엄마의 그 마지막 말이 셋째에게는 엄마를 기억하게 하는 매개물이었고 가슴의 고인 응어리였다.

남편의 손을 잡고 ‘고마웠네! 정말 미안했네’하며 엄마는 우셨다. 오래오래 우셨다. 엄마의 그 마지막 말, 한 문장을 가슴에서 기억해 내자 눈가에 눈물이 그득하게 어렸다. 아들의 친구이자 사위인 둘째 사위 집에 더부살이한 엄마. 그것도 출가 안 한 늦둥이 막내를 데리고. 첫째 사위도 아니고, 아들도 아닌 둘째 사위와 함께 살게 된 엄마는 늘 가슴 속으로 말을 죽였다. 아니! 말을 참으며 삼키며 살았다는 말이 적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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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akespeare " 전공. 나에 대한 생각, 타인에 대한 이해, 사회를 보는 길이 바로 문학이라 생각한다. 내게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며 타인에게 향하는 창이며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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