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숨결
봄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말이 무용해지는 순간이다. 헤어짐이 아쉬워 모두 자연스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참석한 사람 중 누구도 거부 없이. 2차 자리가 카페에 마련되었다. 몇 개의 테이블을 길게 이어 한자리로 세팅하고 서로서로 마주 보며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정리를 막 마치자, 누군가 웃으며 카페로 들어선다. 아주 반가운 얼굴이다. 식사 자리에 미처 참석하지 못했던, 홍미의 남편, 손주사위가 일가가 앉아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손주사위가 오자 홍미의 가족은 하나로 완전체가 된다. 이서가 재빠르게 아빠에게 달라붙는다.
각자 급한 일정이 있어 일가 전부가 참석하지는 못했다. 마치 각각 집안 대표로 일가 모임에 단 한 사람이라도 꼭 참석은 하자고 한 듯, 한 집에서 한 사람씩은 참석했다. 그렇게 자리한 모두는 조금 더 깊게 그간 지내온 마음들을 열어갔다.
삼대를 대표하듯 손주사위가 의자를 가져다 합석하자 모임을 만들어준 성진이에게 막내가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건넨다. 그리곤 모두의 기억 속에 할머니로, 어머니로 희생과 헌신을 한 몸에 담으며 살았던 한 사람을 생각하며 찻잔을 들었다.
엄마로, 할머니로, 시어머님으로 언제나 깊은 생각과 간절함을 담아 생의 매 순간을 살았던 그 한 여인이 모두의 심연에서 아련하고 짙게 되살아났다. 오래전 세상을 하직한 그 한 여인이 가슴 한편에 깊고 진한 찬 바람을 담아, 마음 시리게 살았다는 것을 안다는 듯 모두 찻잔을 들었다.
팔순을 지났으나 아직도 숲처럼 풍성한 정자의 회백색 머리가 이마에 흘러내린다. 정자는 손가락으로 무심코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가다듬어 귀 뒤로 넘겼다. 순간 우연히 테이블 옆에 놓인 나무가 그녀의 눈길을 잡았다. 그 나무는 유난히 넓고 구멍이 있는 독특한 잎을 지니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실내장식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카페에서 흔히 마주하게 되는 몬스테라였다.
몬스테라를 보자 정자는 나무를 좋아하시던, 꽃을 좋아하시던 시어머님이 자연스레 회상되었다. 순간 정자는 자신의 회백색을 띤 숱이 많은 커트 머리가 꼭 시어머님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님도 숱이 아주 많은 회백색의 머리를 짧게 쇼트커트 하고 다니셨다.
정자는 손가락으로 숱이 많은 머릿결을 두어 번 다시 쓸어내렸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공허한 가슴을 채울 길 없어 삼 남매를 데리고 성당을 찾았다. 무언가 자신을 지탱하게 해 줄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했다. 그것이 종교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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