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숙

삶의 숨결

by Michelle Lyu

셋째

셋째는 가만히 막내를 끌어안았다.

막내에 관한 생각은 늘 슬픔이었다. 막내 생각을 하면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 출가해 사는 딸들 가운데 셋째 딸로 태어난 늦둥이 막내는 성장하는 동안 늘 가슴을 시리게 하는 아리게 하는 아픔을 주는 마음의 소유자였다. 엄마는 하나인 아들과 늦둥이 막둥이에 대한 애잔함으로 언제나 마음을 졸였다. 특히 막내에 대한 엄마의 마음에는 항상 깊은 가슴 속 심연으로 파고드는 마음 저림이 있었다. 엄마가 막내를 향해 품은 가슴 저림은 시림은 항상 깊은 인고의 시간을 모두에게 주었다.


그런 막내를 두고 한마디 말도 남기지 못하고 떠난 엄마가 막내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꼭 남기고 싶은 마음이 말이 무엇이었을까?’ 막내를 바라보며 오늘은 더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옆 테이블에 막둥이 칠순이 넘은 막둥이, 막내가 앉아 있다.

엄마 돌아가시고 스스로 자해하기도 하고 무던히도 방황했던 동생이다. 지금 막내는 칠순을 지난 나이에도 강의 요청을 받으며 아직도 여전히 셰익스피어를 중심으로 한 영문학을 강의 중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막내가 떠난 유학이, 막내의 유학을 돌보라는 것이 어쩌면 엄마의 가장 큰 소망이었고 마지막 말, 유언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이른다.

막내는 공부를 아주 잘했다. 막내가 공부를 잘하게 된 요인은 공부와 친구가 될 수뿐이 없었던 같이 성장하는 형제자매가 없는 유난히 외로운 환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막내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눌 누구도 없이 늘 혼자였다.

아버지는 국민학교 4학년이 되자 막내에게 과외를 시켰다. 처음에 아버지는 아들 하나인 집에 막둥이로 태어난 막내가 딸이어서 너무 섭섭해하셨다. 그런 마음을 담고 계셨던 아버지에게 유일한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은 늘 막내가 받아오는 100점짜리 시험지뿐이었다.

그 당시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입시 시험을 치러야만 했다. 100점짜리 시험지로 아버지는 막내에게서 학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셨다. 그래 당신처럼 이과 공부를 권하셨다. 그러나 막내는 유별나게 감성이 깊은 아이였다. 그냥 평범한 글 한 줄도 막내는 깊이 집중해 읽었고, 작가의 의도를 깊이 파악할 줄 알았고, 글을 가슴 깊이 담을 줄 알았고, 그로 인해 느끼는 모든 감정이 외로움과 진지함이 되어 막내의 표현하는 언어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 막내의 감수성을 누구보다 바로 알고, 보고, 발견한 분이 엄마셨다.

갑자기 온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새까매진다. 상념이 가져다준 새까만 암전 속에서 오로지 막내를 애잔해하던 엄마의 생각만이 도드라진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점점 다가와 새하얘진 마음을 한가득 채어간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은 이루 다 형언키 어려운 어둠이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새까만 암흑이었다.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무슨 생각을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그 아무도 몰랐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오직 막내 얼굴뿐이었다. 엄마 가시고 방황하는 막내, 막내를 두고 어찌 할 것인가에 대해 오빠, 언니와 함께 골몰히 생각했다.

가슴에 깊은 상흔을 간직한 자녀 막내의 삶, 더욱이 세상 혼자 남겨진 막내의 삶에 대해 온 가족의 고심은 깊어졌다. 아니 모두 고심해야만 했다. 엄마 세상 떠나시고 막내는 극한으로 치달아 가는 외로움으로 허덕였다. 친구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 오직 막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책 읽기뿐이었다. 막내는 방에 틀어박혀 종일 드문 불출했다. 막내의 마음도 생각도 행동도 엄마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죽어갔다. 막내의 삶이, 생이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막내는 어느 한순간 자신의 목숨이 한순간에 멎어 끝난다 해도, 어떠한 죽음이 자신을 덮쳐온다고 해도 초연할 듯했다. 단 한마디 말도 나누지 못하고, 엄마의 말을 한마디도 듣지 못하고 순식간에 엄마를 놓친 막내는 ‘나 죽는 것 두렵지 않아!’, ‘절대로......’ 지나치듯 하는 생각이 막내가 내놓는 일상의 언어, 상투어가 되었다.

“언니! 작은언니!

나 내일 죽어도.

또 엄마처럼 급사를 해도 괜찮아.

너무 내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언니 난 다 괜찮아.

난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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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akespeare " 전공. 나에 대한 생각, 타인에 대한 이해, 사회를 보는 길이 바로 문학이라 생각한다. 내게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며 타인에게 향하는 창이며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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