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숨결
그 모습 그대로
제2의 부모, 아버지 같은 큰 형부 세상을 뜨시다. 눈물은 어느새 폭포수가 되었고 정신을 갈 방향을 모른다. 허둥거린다.
큰 형부
아버지 같은 형부
아버지처럼 막내를 돌보셨던 형부
큰 형부
큰 형부
영정 속 형노는 웃고 있었다. 평소처럼 하얗게 웃고 계셨다. 영정 사진 큰 형부는 아주 하얗게 웃고 계셨다. 막내는 치매를 앓고 있는 큰언니가 먼저 세상 뜨실 줄 알았다. 큰 형부가 먼저 가시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큰언니 곁에는 늘 큰 형부가 계셨다.
23년 8월 아흔하나 큰 형부와 구순을 코앞에 둔 큰언니, 원숙은 늘 둘이 함께였다. 막내의 제2 부모 중 한 분으로 오빠가 가장 먼저 세상 뜨시고 뒤이어 작은 형부 세상 뜨신 지 16년 만에 큰 형부가 세상을 떠나신다.
부모님 세상 떠나시자, 오빠 올케언니 언니들 형부들이 모두 자진하듯 솔선수범으로 막내를 보살폈다. 막내는 모두의 자녀가 되었고 형제자매들이 한순간에 막내의 아버지 엄마가 되었다. 그렇게 막내에게 제2의 아버지 엄마가 된 형제자매가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나고 계셨다. 엄마 아버지 곁으로.
형노는 막내에게 힘을 주는 아버지였다. 막내와 동년배 큰 조카 성진이를 낳고, 집안의 유일한 한 사람 독자였던 그는 나라의 부름으로 이곳저곳 전국 곳곳을 왕진 가방 들고 의사가 귀한 곳에 공의로서 군 복무를 마쳤다. 그런 까닭에 성진이와 집안 막내는 장모의 젖을 한쪽씩 먹으며 남매처럼 성장했다. 첫째 성진이가 할머니 젖을, 막내 이모와 함께 먹으며 성장했기에 성진이와 막내는 학창 시절, 학부 시절, 모든 시절 자연스레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남매가 되었다.
성진은, 작은 조카 영진은, 셋째 막내 조카 광진은 막내 이모를 보자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다. 질부들도 막내 이모를 안고 울었다. 작은 언니와 올케언니가 막내를 안고 울었다.
마지막 길 떠나는 큰 형부 곁엔 큰 언니가 없었다. 모든 사람이 문상하는 자리에 치매를 앓고 있는 큰언니는 없었다. 상주 이름 맨 위에 자리한 원숙 큰언니는 영정 속 남편을 볼 수 없었다.
큰 언니가 물었다. 요양사에게. ‘우리 남편, 어디 갔느냐고?’ 큰 형부는 23년 초까지 병원을 운영하셨다. 평생 의사셨다. 평생 의사로 수많은 사람을 고쳤다. 평생 의사 정체성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계셨다. 정체성을 지닌 의사로 평생 사셨다. 큰 형부 손에, 의술에 다시 생을 영위하신 사람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마지막 순간까지 형부는 ‘내가 의사’라고 그리 자신을 지켰다.
가시는 날 아침 ‘치료받으러 병원 가자’는 성진이의 말을 막으며 ‘내가 의사다’ 그 한마디로 자신을 드러내 보였다. 떠나시는 그날, 그 마지막 날, 마트에 우유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사러 큰아들 성진이와 함께 다녀오셨다. 아마도 소풍처럼 좋아하시는 것 손에 들고 먼 길 떠나시고 싶으셨나 보다. 형부는 큰 형부는 가시는 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았다.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른다고 내리던 그 비가 아흔하나 형부의 몸을 지탱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나이를 이길 수 없는 몸이었다.
‘낮에 비를 맞았고
주무신다고 누우셨고
그렇게 영원한 잠을 청하셨다.
영면을 향해 가셨다.’
큰아들과 막내아들이 거실에 앉아 캔 맥주 하나 기울이는 동안 형부는 막내의 제2 울타리였던 큰 형부는 안방에서 조용히 혼자 세상을 뜨셨다.
어둠이 내리는 시간이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둘째 질부에게서 전화가 왔다.
‘혹! 큰 언니가......’
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 소식은 치매를 앓는 큰 언니가 아니라 큰 형부였다. 멍했다. 눈물이 났다. 하염없이. 가슴이 먹먹했다. 막내는 큰 형부의 처제이자 유일한 딸이었다. 아들만 셋을 둔 큰 형부는 딸처럼 아니 딸로 막내 처제를 귀히 했고 보살폈다. 아들들과 똑같이 케어하셨다. 용돈도 필요한 것을 모든 것을 다 형노는 친딸처럼 막내에게 해주었다. 큰 형부는 부모 떠난 자리를 대신한 막내에게 늘 든든한 버팀목이자 힘이었다.
성진이가 막내를 안고 울었다. 둘째도 막내 이모를 안고 울었다. 막내 조카 광진이는 그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했다. 몸부림을 치며 막내 이모를 붙들고 울고, 울고 또 울었다. 조카들과 큰 형부의 자녀로 자랐던 막내는 그렇게 부등켜 울고 또 울었다. 질부들이 말렸다. 그만 울라고. 한 번 더 큰 형부를 찾아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자주 못 가 뵌 것이 마음에 죄의식이 되어 아팠다. 이 마음이 남아 있는 나날 저리고 한이 되어 남을 것이란 것을 너무나 깊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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