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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Jul 20. 2020

변화에 적응하는 여린 몸짓 1

코로나19 세상을 지나며

시작은 조용했다
까뮈의 <페스트>의 배경인 오랑시에 잠잠히 퍼져온 쥐가 옮긴 균처럼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라는 요구의 모습이 조금씩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림자 속에 한 개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k대에서 강의가 연기된다는 소식이 왔다
처음 온 연락은 개강을 2주 미룬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또 이 주 뒤
다시 한 달
또다시 두 달
지연이 계속되었고 급기야 강의는 폐강되었다

같은 현상이 k대에서 온 것만이 아니다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였고
한 기관에 속한 세 강의 중 두 수업은 아예 캔슬되었다

그 소속 기관에서 오직 한 곳만 1 학기 마지막 두 주를 남기고 수업 시작을 요청하기도 했다
허나 이미 수개월이 지난 상태고
한 기관에서 오로지 한 타임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은
수업 강의 준비로 수많은 시간과 마음을 들여야 하는데
한 수업을 위해 온 시간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 마음이 허락되지 않아 자진해서 캔슬했다


2020년 3월터 시작된 강의 수업 캔슬이 사오 개월을 지나가고 있었다
학교는 발 빠르게 온 라인으로 영상으로 동영상으로 랜선으로 수업이 전환되고 있었다
허나 6월까지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60대를 살고 있고
얼마나 지금 이 변화에 적응해 배워야 할 것이 많은지 알게 되자 나약해지는 마음이 좌절과 별로 다르지 않은 비슷한 통감을 자아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시간만큼 마음은 계속 가라앉았다
약해졌다
그리고 급기야 집콕이 주었던 무운동의 생활 패턴이 건강 이상 신호를 울렸다

119에 실려 아산병으로 갔다
별다른 증세 없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이명 이석 전정관의 이상 증상이 있다고 했다
약을 먹었다
어지러워서
그리고도 낫지를 않아 또 위례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아산에서 근 20
이비인후과 첫 방문 때 20
그리고 다시 방문 4
병원비가 한순간에 수십을 넘었다


모든 게 긴장의 연속이었다
건강도 또 병원비도 긴 수명이 주는 지난함도
일부러라도 생활 운동을 해야 한다고 반쪽과 아이들이 채근을 했다
큰 아이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설득과 격려로 엄마의 손을 잡고 휴먼링을 돌았다

무기력에서 헤쳐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자신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영어 글 책 강의였다
가장 자신의 정체성이기도 한 영어 글 책 강의 그 모든 것을 거의 하지 못한 채
무의미한 시간 지남으로 반년이 지났다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후배가 영상 수업을 하는 방법을 강의한다고 했다
하루 강사료가 어마어마했다
하루에 한 번에 모두 모아 온라인에 대한 모든 강의를 했다
그것이 강사를 위한 것인지
수강생을 위한 것인지 애매모호했으나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수업 강의 그 영역을 가장 잘하는 익숙한 삶 속에 있었고 익숙한 사람이었다

강의 장소를 찾아가는 초행길이라 무지 어려웠다
전국에서 수강생이 모였다
부산에서 강원도에서 부천에서 경상도에서 부산에서 울산에서
수강생 거의 모두가 교수이거나 강사였다
s대 교수와 부인 l대 교수도 왔다
부부가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었다
자신이 가장 나이가 많았다
그 사실을 알자 마음이 둥당거렸다
후배인 정쌤은 아주 새 시대에 잘 적응한 단단한 모습으로
제1 장 강의의 서두를 열었다

오전 10시에서 1시
오전 수업은 그대로 이해했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심 후
2시 에서 5시 머리가 하얘졌다
백지상태였다
하루에 그 많은 기능을 몰아서 한다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이해조차 안 되는 새로운 용어들이 난무했다
급기야 배가 부글거렸고 머리에서 식은땀이 났다
특유의 성실함과 또 어머어마한 수강료가
부글부글 끓는 배를 움켜쥐고 그 자리에 끝까지 머물게 했으나 이미 머리는 텅 빈 상태
배 속에서 굉장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급기야
5시부터 시작하는 실습 시간을 뒤로하고 가장 먼저 강의실을 나서 집을 향해 걸었다

반쪽에게 전화를 했다
데리러 오라고
그리곤 그 후로 집에 어찌 왔는지 암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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