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처럼 미네랄을 잘 설명하는 말이 있을까요?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은 뼈를 구성하는 동시에 세포 간 신호 전달 등 숱하게 많은 신진대사의 조효소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미네랄이 없다면 지구상에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화학비료 위주의 농경과 지나친 곡류의 도정으로 미네랄 섭취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져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가장 부족하기 쉬운 두 가지 미네랄이 바로 칼슘과 마그네슘입니다. 칼슘과 마그네슘은 ‘신진대사의 숨은 실력자’란 별명답게 수백 가지 신진대사를 도와 인체 기능을 향상시켜줍니다. 한국인의 식단을 고려할 때 칼슘과 마그네슘을 함께 담은 영양제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미국처럼 유제품을 많이 먹는 나라에서도 칼슘과 마그네슘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식품 피라미드에서 위에서부터 두 번째 칸을 보면 필요한 경우 칼슘 영양제를 먹으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성인의 일일 권장량이 칼슘 1,000mg, 마그네슘 420mg(여성은 320mg)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종합 비타민제 한 알에 이들 미네랄을 모두 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한국인에게 부족한 칼슘
먼저 칼슘에 대해 알아볼까요? 영양제를 섭취하는 미국인 중 24%가 칼슘제를 따로 챙겨 먹습니다. 종합 비타민제와 비타민 D 제제에 이어 세 번째로 자주 찾는 영양제입니다. 미국 정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청소년(9~13세)과 14~18세 여성, 51~70세 중년 여성, 70세 이상 노인 인구의 절반이 권장량 이하의 칼슘을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나라 사정은 좀 더 심각합니다.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한국인은 하루에 필요한 칼슘 권장량의 68.7% 정도만 섭취하고 있습니다. 권장량의 75% 미만 섭취자도 남성은 68.3%, 여성은 73.9%입니다. 성장기 청소년과 노인의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남자 청소년 76.5%, 여자 청소년 83.8%, 65세 이상 남성 74%, 65세 이상 여성 85.7%가 권장량의 75% 미만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비타민 D와 더불어 현재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가 바로 칼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칼슘이 부족한 결정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유제품을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우유와 요거트, 치즈 등 유제품 한 컵에는 대략 200~300mg의 칼슘이 들어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에서 미국 국민에게 하루 3컵의 우유 등 유제품 섭취를 권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칼슘 섭취 대상
칼슘이 가장 필요한 대상은 폐경 이후 여성과 성장기 청소년입니다. 폐경으로 난소에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공증이 생깁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골격이 자라야 하므로 칼슘을 보충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칼슘과 뼈의 관계
골다공증 등 뼈 질환 예방을 위해 폐경 이후 여성들이 칼슘 영양제를 먹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입니다. 그러나 골격 형성과 달리 키를 키우기 위해 칼슘을 먹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칼슘이 부족하면 키가 잘 자라지 않는 건 맞지만 칼슘을 많이 먹는다고 키가 크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키는 상당 부분 유전자가 관여하며 칼슘 이에 단백질 등 다른 영양소가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작은 키는 칼슘을 먹는다고 커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칼슘은 키를 키우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단순히 키를 키우기 위해 칼슘제를 많이 먹어서는 안 됩니다.
글쓴이 서울대 예방의학박사 여에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