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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에스더 Nov 05. 2021

잘 안알려진 칼슘의 역할 / 여에스더 박사

대장건강에 도움이 되는 칼슘

칼슘은 대장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무작위 임상 연구에서 칼슘은 대장의 폴립(인체 내에 생기는 작은 덩어리, 용종) 발생률을 줄였고 이러한 효과는 칼슘제를 끊은 지 5년까지 관찰됐습니다. 700~800mg의 칼슘 섭취로 40~50%나 대장암 발생률이 줄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폐경 여성 3만6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 연구에서는 대장암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코크레인 리뷰(Cochrane Review)는 2008년 칼슘제가 폴립 발생을 줄일 가능성은 인정했으나 대장암 예방 효과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대장암까진 아니더라도 대장 폴립이 많은 사람이라면 칼슘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심장병과 관련한 칼슘의 논란

칼슘 기능과 관련해 가장 어려운 부분이 심장병과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입니다. 원래 칼슘은 장에서 지방의 흡수를 방해하고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심장병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아이오와 주의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칼슘제가 관상동맥 질환 발생률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정반대로 결과가 나왔다가...


그러나 많은 후속 연구에서 칼슘의 심장병 예방 효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스웨덴의 폐경 여성 연구에서는 하루 1,400mg 이상 칼슘을 과량 섭취할 경우 600~1,000mg 섭취자보다 심장병은 물론 뇌졸중 발생률이 오히려 높았습니다. 하루 1,000mg의 칼슘을 먹는 남자는 먹지 않은 남자보다 뇌졸중 사망률이 20% 높았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2011년과 2012년에 대규모 임상 연구를 했을 때도 칼슘제가 오히려 심장병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시 중립적인 입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지금까지 뼈는 물론 심장병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칼슘제를 먹어온 사람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3년 미국 WHI 연구진이 기존 자료에 9만3천여 명의 폐경 여성을 8년 간 관찰한 자료를 더해서 재분석하여, 칼슘이 심장병과 뇌졸중 발생률을 높인다는 증거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WHI란 1993년 시작해 지금까지 모두 16만여 명의 미국 여성이 참여하고 있는 대규모 무작위 임상 연구입니다. 정리해보면, 처음에는 칼슘이 심장병에 좋다고 했다가 중간에 좋지 않다고 바뀌었고 지금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중립적 입장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칼슘의 심장병 예방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왜 우리가 영양제의 효능 연구 결과에 일희일비해선 안 되는지 잘 보여줍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칼슘 등의 영양제는 약물이 아닌 식품입니다. 약물과 달리 식품은 들쭉날쭉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영양제의 질병 치료 효능에 대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여러 논문을 통해 일관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결론을 보면 칼슘이 골다공증 등 뼈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심장병 예방을 위해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 과량의 칼슘제 섭취는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칼슘과 결석의 상관관계

콩팥(신장)에 돌이 생기는 경우는 어떨까요? 많은 칼슘제 복용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이론적으론 칼슘을 먹으면 결석이 잘 생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콩팥의 결석 가운데 가장 흔한 형태가 옥살산칼슘(calcium oxalate)입니다. 실제 칼슘제 1,000mg을 비타민 D 400IU와 함께 매일 섭취한 폐경 여성을 7년 동안 관찰한 결과 신장결석이 위약보다 17%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음식 섭취시 정반대의 결과가...


그런데 희한한 것은 음식으로 칼슘을 많이 섭취했을 때는 신장결석과 관계가 없었습니다. 음식으로는 오히려 칼슘을 적게 먹을수록 결석이 더 많이 생겼습니다. 최근 미국 여성 7만8천여 명을 대상으로 평균 8년 동안 관찰한 결과 칼슘을 가장 많이 먹은 상위 그룹 20%에서 가장 적게 먹는 하위 그룹 20%에 비해 신장결석 발생률이 28% 낮았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칼슘 섭취가 적을 경우 체내 옥살산의 농도가 올라가 오히려 돌이 잘 생긴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렇다면 왜 영양제로 칼슘을 먹을 때는 나쁜 결과가 나왔을까요? 전문가들은 양보다 속도에 주목합니다. 칼슘은 매우 안전한 미네랄입니다. 가장 보수적으로 제정된 미국 국립의학회의 칼슘 상한 섭취량을 보더라도 9~18세 3,000mg, 19~50세 2,500mg, 51세 이상 2,000mg으로 되어 있습니다. 혈액 중 칼슘 농도가 꽤 높은 상태라 하더라도 심장병이나 신장결석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문제는 갑자기 과량의 칼슘이 들어올때


문제는 갑자기 빠른 속도로 과량의 칼슘이 들어올 때입니다. 우유나 시금치 등 식품으로 들어오는 칼슘은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기 힘듭니다. 반면 영양제는 농축된 형태이므로 총량은 안전하지만 속도란 측면에서 몸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칼슘은 위장관에서 한꺼번에 최대 600mg까지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칼슘은 혈액에 떠다니다가 콩팥으로 배설되면서 돌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들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현재 영양제로 시판되는 칼슘제는 대개 한 알당 500~1000mg 정도입니다. 이중 순수 칼슘의 함량은 탄산칼슘 제제의 경우 40%, 구연산칼슘 제제의 경우 21%이므로 한 알당 칼슘은 100~400mg 정도입니다. 특별히 평소에 우유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면 콩팥의 돌 때문에 칼슘제 섭취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인구의 8%가 특발성 고 칼슘뇨증을 앓고 있습니다. 이들은 체질적으로 이유 없이 콩팥에서 돌이 많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한두 번 심한 통증으로 결석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 경우라면 칼슘을 영양제 형태보다 식품 형태로 먹는 것이 안전합니다.


칼슘과 카페인의 관계

칼슘제를 먹을 때 커피의 카페인이나 육류의 단백질을 같이 먹지 않는 게 좋다는 이야기는 좀 과장된 느낌입니다. 커피 한 잔 분량의 카페인으로는 칼슘 2~3mg밖에 빼내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이 콩팥에서 칼슘을 많이 배설시키는 것도 사실이지만 장에서는 반대로 칼슘 흡수를 증가시키므로 전체적으로 보면 칼슘 손실은 거의 없습니다. 칼슘제를 먹더라도 커피나 고기 먹는 걸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부작용을 피하는 칼슘제 섭취 방법

가장 흔한 칼슘제의 부작용은 변비와 가스 생성, 복부 팽만 등의 위장 장애입니다. 위장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칼슘제를 먹었을 때 속이 불편해지는 일이 잦습니다. 이 경우 한꺼번에 먹기보다 하루 두 차례 나눠 먹는 게 좋습니다. 미국의학회 식품영양위원회(FNB)는 칼슘 제제를 한 번에 500mg 이상 먹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칼슘제 고르는 법

칼슘제는 크게 탄산칼슘 제제와 구연산칼슘 제제로 나뉩니다. 가능하면 구연산칼슘(calcium citrate) 제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연산칼슘 제제가 가격이 비싸지만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 제제는 흡수할 때 위 산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공복 시보다 음식과 함께 섭취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흡수됩니다. 반면 구연산칼슘 제제는 공복일 때든 식후든 음식과 상관없이 잘 흡수됩니다. 노인들에게 흔한 위축성 위염처럼 위산이 잘 분비되지 않는 저산도 환경이나 크론씨병 등 염증성 장 질환, 흡수 장애가 있을 때에도 구연산칼슘 제제가 탄산칼슘 제제보다 좋습니다. 칼슘 제제의 가장 큰 부작용인 가스와 복부 팽만, 변비 등의 위장관 장애도 탄산칼슘에서 더 많습니다. 칼슘제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먹는 것보다 조금씩 나눠서 섭취하는 것이 흡수율도 높이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글쓴이 서울대 예방의학박사 여에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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