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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에스더 Nov 04. 2021

여에스더는 왜 영양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되었나 #2

얼마 전 지인이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3개월이 지나 만난 지인의 얼굴은 무척 수척했습니다. 피부도 거칠고 윤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집도의는 수술이 잘 끝났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답니다. 영양제라도 먹는 게 좋을지 물어봤더니 “그런 것 먹을 필요 없다”며 야단만 맞았다고 합니다. 저는 지인에게 종합 비타민제와 비타민 D, 단백질 파우더 등 몇 가지 영양제를 처방했습니다. 그리고 한달쯤 지나서 다시 만났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피로감이 많이 줄고 입 안의 궤양도 줄어들면서 입맛이 돌고 체중도 늘었다고 합니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서 조금씩 운동을 시작했더니 밤에 잠을 자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다는군요.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미국과 우리나라 정부에서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한번 볼까요? 미국은 성인의 약 49%, 우리나라는 약 42%가 평소에 영양제를 먹고 있습니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을수 록, 운동을 많이 할수록, 적정 체중을 유지할수록 비율이 높았습니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고 잘 관리하는 사람이 영양제도 많이 먹는다는 뜻입니다.

전문가 그룹에서 영양제 섭취를 권유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내놓은 식품 피라미드입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은 영양소의 효능을 연구하는 영양 역학(nutritional epidemiology)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는 곳입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은 2008년 2차 개정안에서 종합비타민제와 비타민 D제제까지 추가로 섭 취할 것을 공식 권유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같은 영양소라면 영양제보다 식품으로 먹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저는 영양제가 치료의 영역까지 넘어가 약물과 다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양제는 본질적으로 약이 아닌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글쓴이 서울대 예방의학박사 여에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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