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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Mar 22.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38

언젠가 우리의 숲을 만나면

세상에는 많은 숲이 있지만 어딘가에 우리와 맞는 숲이 있을 거야

언젠가 그 숲을 만나면 똑똑 노크를 한 다음 나무들에게 물어보는 거지

우리가 잠시 들어가 쉬어도 되겠니?라고..

따뜻한 봄날 오후에는 나무들의 세상에 들어가야지

아내와 나는 숲길 걷기를 좋아한다

잠시 회사일로 원주에 내려가 살게 된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때부터 시작됐던 것 같다

원주에는 걷기 좋은 숲길이 참 많이 있다 집에서 차를 타고 5분만 나가면 산책하기 좋은 숲길이 지천이었다

원주 연세대 매지길에서 출발해 임도를 거쳐 윤동주 동산 앞으로 내려오는 숲길도 좋았고, 오크밸리에서 조성해 놓은 산책로도 좋았다 

주말이면 백운산 자연휴양림 숲길과 치악산 구룡사 금강 소나무 숲길을 걸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고, 둘 사이에 쌓였던 오해와 섭섭함이 걷는 사이에 조금씩 풀어졌다


서울로 돌아오고 난 뒤에도 주말 숲길 걷기는 계속되었다 

제주도의 사려니 숲길과 절물 휴양림, 오대산 전나무 숲길,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길, 과천 서울대공원 숲길, 아산 영인산 자연휴양림 숲길..

어디론가 떠날 형편이 되지 않으면 여의도 수변 생태순환길을 걸었다

언젠가부터 아내와 나는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오면 숲이 보이는 곳에 거슬리지 않을 만한 작은 집을 짓고 살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숲길을 걷고, 서로의 삶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함께 남아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기다린다. 숲길을 걸으며, 언젠가 우리에게 맞는 숲이 나타나 우리를 허락해 주기를, 그 속 들어가 한숨 돌리며 쉴 수 있기를...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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