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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Mar 23.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39

선배 미대 아녔어요?

대학시절 총학생회 선전부 일을 했다

요즈음은 플래카드나 걸개를 돈을 주고 프린트를 하지만 예전에는 일일이 손으로 그렸다

학생회관 옥상이나 복도에 각목으로 틀을 만들어 놓고 광목천을 이어 붙여서 행사에 쓸 걸개그림이나 현수막을 그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모르겠다

때로는 가로세로 10미터가 넘는 걸개를 그려야 해서 일주일이 넘어 작업을 할 때도 있었다

꽤 힘든 일이었지만 그림을 다 그려서 건물 벽에 매달아놓고 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뿌듯했다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주로 초저녁에 시작해서 새벽에 마무리하곤 했다 

낮에는 덥기도 하거니와 페인트가 금방 굳어버려 작업이 훨씬 힘들기 때문이었다

밤을 꼬박 새워서 작업을 하고 나서 동이 틀 때쯤 학생회관 1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같은 시간에 학생회관 건너편에 있는 미대에서도  밤샘 작업을 한 아이들이 아침을 먹으러 오곤 했다

붓을 비녀처럼 머리에 꽂고 다니던 미대 여학생들은 어느 날인가부터 얼굴을 알아보고 하나둘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일인데 그 애들은 내가 미대 선배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 시간에 자주 마주치는 데다 앞치마에 페인트를 잔뜩 묻히고 백 붓을 꽂고 다니니 그런 오해를 살만했다


그 이야기를 웃으며 총학생회 후배들에게 했더니 후배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어...? 선배 미대 다니는 거 아녔어요? @.@"


지금도 후배들 중에 가끔 어떻게 미대를 졸업하고 현재의 회사에서 일하는지 궁금해하는 애들이 있다

얘들아... 난 미대생이 아니라 경영학도였단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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