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미대 아녔어요?
대학시절 총학생회 선전부 일을 했다
요즈음은 플래카드나 걸개를 돈을 주고 프린트를 하지만 예전에는 일일이 손으로 그렸다
학생회관 옥상이나 복도에 각목으로 틀을 만들어 놓고 광목천을 이어 붙여서 행사에 쓸 걸개그림이나 현수막을 그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모르겠다
때로는 가로세로 10미터가 넘는 걸개를 그려야 해서 일주일이 넘어 작업을 할 때도 있었다
꽤 힘든 일이었지만 그림을 다 그려서 건물 벽에 매달아놓고 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뿌듯했다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주로 초저녁에 시작해서 새벽에 마무리하곤 했다
낮에는 덥기도 하거니와 페인트가 금방 굳어버려 작업이 훨씬 힘들기 때문이었다
밤을 꼬박 새워서 작업을 하고 나서 동이 틀 때쯤 학생회관 1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같은 시간에 학생회관 건너편에 있는 미대에서도 밤샘 작업을 한 아이들이 아침을 먹으러 오곤 했다
붓을 비녀처럼 머리에 꽂고 다니던 미대 여학생들은 어느 날인가부터 얼굴을 알아보고 하나둘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일인데 그 애들은 내가 미대 선배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 시간에 자주 마주치는 데다 앞치마에 페인트를 잔뜩 묻히고 백 붓을 꽂고 다니니 그런 오해를 살만했다
그 이야기를 웃으며 총학생회 후배들에게 했더니 후배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어...? 선배 미대 다니는 거 아녔어요? @.@"
지금도 후배들 중에 가끔 어떻게 미대를 졸업하고 현재의 회사에서 일하는지 궁금해하는 애들이 있다
얘들아... 난 미대생이 아니라 경영학도였단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