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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Mar 18.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36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정훈희 꽃밭에서 중-

이렇게 좋은 날에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머니는 작은 마당이 딸려있던 봉덕동 집에 정성스럽게 화단을 가꾸셨다

잔디를 심고, 꽃을 심고, 외가에서 작은 묘목들을 가져와 심으셨다

봄이 오면 화단에 수선화와 사루비아(샐비어), 현호색과 노랑제비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앵두나무에 꽃이 피고 무화과나무 잎은 날마다 조금씩 넓어졌다


햇볕이 따뜻한 봄날 오후에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마루에서 빨래를 개키셨다

정훈희의 '꽃밭에서'라는 노래를 좋아하셨다

바쁘게 손끝을 움직이시다가도 이 노래가 나오면 잠시 일손을 멈추고 가만히 노래를 들으셨다

작고 나지막하게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신 것도 같다

나는 어머니의 발치에 엎드려 숙제를 하고 있다가 화단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어머니의 옆모습을 보았다 

그 봄날의 풍경은 아직도 사진처럼 선명히 기억에 남아있다


서른아홉 아직 예쁘고 젊으셨던 시절 

어머니의 봄날은 어땠을까..

화단으로 향해있던 아련했던 시선은 무엇을 그리워하고 계셨을까..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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