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마당
새벽 마당
새벽 공기가 그리워 마당에 앉았다.
이렇게 이따금 새벽 공기가 고파지는 날이면 맨발로 마당에 나가 잠옷 한 장 걸친 모습으로 바닥에 앉는다.
이것은 내가 그어놓은 울타리 안에서 가장 간편하고 확실한 자유의 표현방법이자 땅과 친해지는 방법이기도 했다.
사실 집 뒤편에 높다란 아파트가 생긴 뒤로는 시선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너희들은 이 맛을 모르지?’하며 허심탄회한 미소를 지으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별로 관심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맨발에 흙을 묻힌 채 엉덩이가 시리도록 땅에 앉아있노라면 나는 땅에서 자라난 사람이란 것이 느껴졌다. 늘 높은 곳을 꿈꾸지만 언제나 가장 편안한 곳은 이렇게 나지막이 마당이 보이는 자리였다.
잡초처럼 고요히 앉아서 기다리다 보면 땅의 내음이 짙게 피어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시야는 한결 더 새벽빛 같은 청초함으로 물든다. 늦가을 무른 감이 툭툭 터져가는 감나무가 보였고 나보다도 더 납작 엎드린 민들레의 이파리가 보였다. 새벽이슬을 머금고 썩어가는 낙엽 사이 오가는 벌레들의 모습도 있었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동터오는 새벽에만 땅에서 죽고 살아가는 것들이 명확히 보였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은 오히려 높은 곳보다 땅에 털썩 붙어있음으로써 해와 구름과 바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더 잘 보인다는 것이었다. 고독과 외로움이 아닌 고요의 시간에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 새벽 마당에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