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별과 같아서, 류시월.
나침반도 없었고 지도조차 정확하지 않았던 먼 옛날,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들이나 바다를 건너는 항해사들은 북두칠성을 보고 길을 찾아 나섰다 합니다. 캄캄한 밤. 별조차 뜨지 않았더라면 그들을 금방 길을 잃고 말았겠지요.
이런 이야기를 그대에게 했을 때 그대는 웃으셨습니다. 겁이 무척 많은 저로서는 애초에 밤길을 나서야만 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지요. 저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습니다. 저를 너무나 잘 아는 그대의 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대. 오늘 밤 제가 칠흑 같이 캄캄한 밤 속으로 떠나고 있다 하면 믿으실까요?
삶을 살다 보면 노을 같은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찬란했던 태양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노을빛의 낭만도 잠시, 곧 어둠의 밤이 밀려옵니다.
그런 순간이 제게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두려움과 무력함을 느꼈습니다. 앞길 하나 보이지 않는 캄캄한 세상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또 그런 상황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은 무력감의 상징이었지요.
그대여.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바뀌는 생각들, 다짐들을 하며 겨우겨우 하루를 살아낼 때가 그대도 있으셨나요?
불안감은 행동을 더디게 하고 생각을 멈추게 했습니다. 멈춘 생각은 행동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고 다시 불안감만 늘게 했습니다. 그런 악순환의 연결고리 속 ‘내일’이란 말은 기대나 설렘보다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대. 저는 어둠이 짙은 밤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밤이면 늦도록 잠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숨이 열차처럼 길게 이어져 왔지요.
정말로 최선을 다했을까? 지난 시간들에 대한 미련, 정말로 잘 살아왔을까? 현재에 대한 후회... 그리고 정말로 괜찮을까? 내일에 대한 두려움. 그런 것들이 열차처럼 이어져 오는 한숨마다 서려 있었지요. 길은 보이지 않았고 방황과 고민만이 남루한 밤이었습니다. 어두웠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슬펐습니다. 몰래 우는 시간이 늘어갔고 밤은 더없이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눈물 어린 시선을 올렸을 때 비로소 반짝이는 것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휘황찬란했던 모든 것들이 어둠에 덮이고 나서야 마지막까지 반짝이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오래전 아무 장비도 없이 사막을 건넜던 사람들, 바다와 산을 오가며 여행을 떠났던 모험가들의 별 같은 것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별을 통해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었겠지요. 그래서 나아갈 수 있었고 결국 도착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들에게 별은 내 위치를 알 수 있는 지표이자 나아갈 수 있는 믿음이었고 앞으로 갈 수 있단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나는 반짝이는 그대를 보았습니다. 돈과 시간, 어떠한 경력 같은 것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반짝이는 그대가 보였습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저의 머리 위로 그대가 떠있었습니다. 그 별을 보고 나서야 길을 잃지 않을 것이란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대 내게 동이 트는 새벽을 맞이했냐 물으신다면 대답은 '아직'이겠습니다. 아직도 캄캄한 밤의 시간을 미련할 만큼 헤매고 있는 저입니다. 하지만 그대, 난 그대란 별을 보았으므로 용기 내려합니다. 별이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오래 전의 그들처럼 말이지요.
그대여. 나 역시 그대에게 별처럼 뜬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햇살이 비추는 시간, 모든 것들이 보이는 낮에는 초라한 제 빛이 비록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대 역시 저와 같은 어둠을 맞이했을 때, 그대를 향해 반짝이는 저를 보며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대가 제게 그랬던 것처럼 저 역시 두려운 그대의 밤하늘에 뜬 별이 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