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기

거리에서

by 김영식

거리에서




눈보라가 치는 거리

나는 서있네

시간의 계약은 이곳에서는

소용없어라, 그저

칼날과 칼날, 눈물과 눈물

눈송이 하나마다 그런 것

그런 것들만 집중하는

멈춘 자들의 거리

혹은 떠도는 자들의 거리에

나는 서있네

가슴에는 붉은 꽃

머리에도 붉은 꽃

상처마다 붉은 꽃이 그득하니

눈송이가 스치면 꽃잎은 얼고

얼면 깨지고 잘게 부서진다

지나온 바닥에 붉은 가루가

꽃잎이었어라, 흔적이었어라

내가 있고 또 내가 있는 거리

나는 서있네 눈보라와 함께

내가 서있네 나는 서있네

매거진의 이전글그대에게 전하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