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겨울에 당신을 만나 여름에도 사랑을 한다.
당신도 시간의 흐름만큼 나를 이해했고 나도 그만큼 당신을 알아간다.
사실 처음에는 내가 강철 같은 사람인 줄 알았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멋진 함선이 될 것이라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모든 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크기의 철鐵의 함선은
우리를 어디로든 인도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당신이 나를 알아가는 것처럼 나 역시도
나에 대해서 새로이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내가 깨지기 쉬운 크리스탈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나는 수많은 방향으로 뻗은 크리스탈 나무.
바람에 깨지고 강한 햇살에도 깨지며 비가 거세게 내리는 날에도
나는 또 깨지고 부러진다.
독단獨斷적으로 살아왔고 또 그렇게 밖에 살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
그저 햇살과 비와 바람이 없는 안식처 같은 동굴에 살았기에 몰랐을 뿐이다.
그러니 나는 철제로 살아갈 수 없는 종이었다.
그러니 나는 당신을 머나먼 저 바다 끝 세상으로 데려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계속 부서지고 썰리며 반짝이는 흩날림을 보여줄 뿐.
그래. 태생이 반짝이는 유리와 같다면
나는 더욱 흩날려 반짝이겠다.
다른 이들과 같이 단단함이 없는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나는 더욱 더 투명한 빛으로 당신에게 반짝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