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날에, 장마처럼 무엇인가 쏟아지는 날.
분명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제각기인 것처럼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이 존재할 테죠.
오래전 나 역시도 사랑 비스무리한 것들을 해왔었습니다.
다 다른 모습이었고 또 다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어요.
과거의 감정들을 사랑이라고 단순히 표현한다는 것이
당신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입니다.
그 역시 사랑이라는 말로 포함시킬 수 있는 그 어디쯤의 과거이기는 하였으나
그대와 내가 하는 사랑은 그것들과는 또 다른 것이죠
.
예전의 유물 같은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며
더 커다랗게 다가오고 있기에 같은 사랑이라 불리는 것이
참으로 애석할 따름입니다.
만약 사랑 위 더 상위의 단어가 있다면 당신에게 붙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난 밤 당신은 아픈 몸으로 다양한 고민들을 이야기했고
불안감이 장마처럼 내리는 밤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분명 삶의 모든 것들은 불안정한 것들이죠.
나 역시 정말 오랜 시간 끙끙 앓는 아이처럼
열이 너무 올라 숨마저 헐떡이는 어느 구석진 방의 가냘픈 숨소리처럼
그렇게 고민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을요.
다행스럽게도 나는 남들보다 그런 시간이 빨리 찾아왔고
20대의 에너지 대부분을 그 답을 찾는데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불현 듯 위기가 찾아와도 또 우울과 걱정이 장마처럼 쏟아지더라도
이제는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무엇이라 표현해야할지 모르겠군요.
당신에게 무엇을 전해야 그 고민들이 바람에 밀려가는 구름처럼 떠나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릇이 커지는 일과 같습니다.
그러니 산다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이 성장통이죠.
만약 그릇을 넓히는 일을 외면한다면 더 큰 것들을 담을 수 없을 것이고
매번 그릇보다 큰 일을 만난다면 깨지고 휘어지고 또 잃고 말 것이겠죠.
그러니 잠이 많은 나 역시도 그런 생각들을 들 때면
또렷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이 눈을 떴을 때 당신은 변하였음을 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든 세상 모든 것이 가능성임을 인지하길 바랍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한편에서 보면 참으로 지옥 같은 일일지라도
또 한편에서 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신은 이미 우리에게 숨을 불어 넣는 순간 기회를 준 것 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