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비가 내리는 하루입니다.
장마의 가득한 빗소리가 오랜만에 향기로운 시간입니다.
예전부터 전 비가 오늘날을 참으로 좋아했습니다.
비가 내리면 오톨토돌하게 나있던 모든 것들이 빗물에 눌려,
빗소리에 가려 사라지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오늘 난 이 비오는 소리 가운데도
선명한 소리를 들어요.
두근거리는 당신을 향한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수많은 종류의 향수처럼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습니다.
그리고 난 이제 내게 어울리는 향기를 가진 사랑을 찾은 듯 합니다.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조용한 어느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향입니다.
나는 늘 열화와 같은 사람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나의 마음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깨진 전등처럼 부서져 바닥에 흩날리던 날.
나는 나의 것들을 잃었습니다.
나의 것이라 생각했었던 나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난 당신과 함께하며 잃어버린 내가
내가 아니었음을 알아갑니다.
나는 이토록 잔잔한 물결 같은 것들을 사랑했고
흐르는 것들을 사랑했으며 나부끼고 하늘거리는 풍경을 사랑했음을
그것들을 닮은 당신을 통해 발견하게 됩니다.
비가 오는 날입니다.
나는 당신에게로 가는 내 발자국 소리에
또 당신의 향기에 당신의 생각에
이 빗소리마저 잊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의 사랑임을 감사하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