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커피를 마시면

by 김영식

밤에 커피를 마시는 것은

흘러가는 아쉬운 날들을 붙잡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잠들어 버리면 금방 내일이 오니까,

이 밤을 부여잡고 조금이라도 깨어있고자.


그렇게 깨어있고 싶을 만큼 오늘이 특별한 날이었는가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고

사랑해 마다하지 않는 것들이 가득한 날이었는가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뜨거운 햇볕만큼이나

나무들의 푸른 색감이 좋은 날이었고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언제나 그렇듯

바람에 우스스 떨리는 잎사귀처럼 들려왔기에

충분히 마음 좋은 날이었노라 말할 수 있었다.


이런 날이면 밤을 부여잡고

숨 쉬는 자신을 느끼며 어디로 향하는가 생각한다.


시간이 범랑하여 소낙비에 성난 물길처럼 흘러가고

휩쓸리지 않고자

오롯이 내가 나로서 살아가고자

이 밤을 부여잡고

냇물 바위 틈 낀 나뭇가지처럼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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