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해보면 좋은 것들 -36

알.

by 김영식
하늘.jpg




칠흑의 태초

하나의 알이 있었다


신의 작은 손짓이 스쳐갔고

알에는 핏줄 같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도 신의 행동이

어떤 의중인지 알 수 없었다


알은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더러 큰 조각은 별이 되었고

적당한 것들은 천지가 되었다


그중 가장 작은 조각만이

사람이 되었다


먼지처럼 아주 작은 조각만이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아득한 시간, 훗날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알이 깨진 이유를 몰랐다

다만 그들은

깨어진 가장자리가

아픔것임을 깨달았다


자신의 이음새에 맞는

조각을 찾아 사랑했다


그들은 그렇게 처음으로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렇게 사랑을 했고

하나의 알이 되려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알이 깨진 이유를 몰랐다

다만 가장자리는 아픈 것이었으므로

사랑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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